[신간] 마사 누스바움의 '타인에 대한 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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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마사 누스바움의 '타인에 대한 연민'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0.09.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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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타인에 대한 인류의 두려움을 탐구하는 세계적 석학의 지혜로운 시선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낳은 혐오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 연대를 외치는 세계적 석학의 인문철학서 <타인에 대한 연민>이 출간됐다.

2020년, 인류는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인 팬데믹에 직면해 있다. 생활의 자유가 제한당하고 코앞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누군가’를 비난하기 바쁘다.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더 나은 대안을 찾아 나서기보다 특정 인물, 교회 집단, 외국인, 성 소수자 등의 주체를 타깃으로 삼아 맹비난한다. 인터넷 세상에서도, 현실 세계에서도 ‘여혐’, ‘남혐’, ‘호모포비아’ 등 차별과 혐오 표현이 넘쳐나고 있다.

정치철학자인 저자 마사 누스바움(Martha C. Nussbaum)

저명한 정치철학자인 저자 마사 누스바움(Martha C. Nussbaum)은 이 같은 상황은 역사적으로 자주 반복됐으며 이는 인류의 본성 때문임을 지적한다. 저자는 꾸준히 ‘정치적 감정’이라는 표현으로 인류 사회에 현미경을 들이대 왔다.

그간의 역작인 ‘혐오와 수치심’, ‘혐오에서 인류애로’의 연장선인 이 책에서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철학자들의 사상과 현대 심리학자들의 언어를 빌려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인 두려움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미지의 생 앞에서 한없이 불안해진 개인이 어떻게 이를 타인에 대한 배제와 증오로 발산하고, 나아가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는지 그 과정을 샅샅이 훑는다. 또 기존의 학자적 시선을 확장해, 이 책을 읽는 이들의 연대를 독려하고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성별, 종교, 국적, 직업, 나이, 장애,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사회적 편 가르기의 근본에는 인간의 내밀한 감정이 배어 있다.

무력하게 태어나 불확실한 인생 앞에 설 수밖에 없는 인간이란 존재가 느끼는 두려움이란 감정이 근원이다. 이 두려움은 타인(기득권 또는 소수 집단)을 향한 혐오, 분노, 비난과 뒤섞여 타자화 전략으로 이어지고 나와 타인의 날 선 경계를 짓게 한다.


그는 신간 ‘타인에 대한 연민’에서 철학, 심리학, 고전을 폭넓게 아우르며 두려움과 두려움을 둘러싼 감정들의 지도를 그려낸다. 동시에 암울한 혐오의 시대를 넘어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서, 인문학과 예술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으려 애쓴다.

저자는 두려움이 어떻게 시기와 분노라는 유독한 감정들로 번져 가는지, 대중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포퓰리즘 정치가 현대 민주주의를 좀먹는 과정을 냉철하게 진단한다.

이 책에서는 미국의 인종 차별, 동성애 혐오, 무슬림 혐오, 최근 몇 년간 페미니즘 논쟁과 더불어 큰 화두가 된 여성 혐오 등의 사례들이 나열된다. 이는 미국의 이야기지만 극심한 기시감을 준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은 과연, 이와 얼마나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가.

이 책의 추천사를 쓴 홍성수 교수(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말이 칼이 될 때’ 저자)는 “어느 한 문장 허투루 쓰인 것이 없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누스바움의 간절함이 느껴졌다”라며 “이 미국 노철학자의 간절한 호소가 한국 사회에도 큰 울림을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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