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지고 밀리고…곡절 많은 건설업계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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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어지고 밀리고…곡절 많은 건설업계 M&A
  • 최은서 기자
  • 승인 2020.09.1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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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아시아나 인수 무산·두산건설 매각 협상은 결렬
대우건설, ‘새 주인 찾기’ 난망…건설업황 악화·코로나 악재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국 무산됐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국 무산됐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건설업계 M&A(인수합병)가 표류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데다 건설업황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0개월여를 끌어오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됐다. 결국 인수가 무산되며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모빌리티그룹 도약 선언은 빛을 바랬지만 시장에선 ‘리스크 해소’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계약이 백지화된 것은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크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게 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와 차입금도 증가, HDC현대산업개발이 재실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인수 의지에 의구심을 보이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측 입장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매각협상이 무산됐다.

이날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 무산에 대한 책임을 채권단과 금호산업에 돌리며 2500억원의 계약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을 예고, 양사간의 소송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의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 측(금호산업)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의 계약해제 및 계약금에 대한 질권해지에 필요한 절차 이행통지에 대해 법적 검토한 뒤 관련 대응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소송 등 후폭풍이 따를 것으로 보이나, 시장에선 불확실성을 해소한 호재로 판단하고 기업가치를 재평가하는 분위기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미 지불된 계약금 2500억원의 향방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결정으로 국내 주택 사이클 만큼이나 실적 변동성이 큰 항공사업으로의 진출로 인한 시장의 우려가 완화됐다는 점은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두산그룹의 두산건설 매각작업도 가시밭길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우산업개발을 선정하며 급물살을 타는 듯 했지만, 매각가격에 대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매각 논의가 최종 결렬된 것이다.

더욱이 새 인수후보군이 마땅치 않아 빨간불이 켜졌다. 두산그룹으로서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두산건설 매각에 속도를 내려 하나, 두산건설의 재무상황 등이 여의치 않아 두산건설 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우려도 불거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올 상반기 매출액 8727억원, 영업이익 85억원, 당기순손실은 1685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70.25% 줄어든 반면 당기순손실은 1570억원 확대됐다. 두산건설의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두산건설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B-로, 한국신용평가도 단기신용등급을 BB-/부정적 등급 전망을 부여했다.

시공능력평가도 지난해 23위에서 올해 25위로 두계단 내려앉았다. 주택브랜드 '위브'의 브랜드 밸류도 하향세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지난달 24개 국내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빅데이터 평판 분석 결과, ‘위브’는 24위로 최하위권이었다.

대우건설의 새 주인 찾기도 여전한 과제다. 2018년 호반건설의 인수시도가 불발된 이후 매각작업은 윤곽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산업은행 매각 전문 자회사인 KDB 인베스트먼트는 '선 가치 제고, 후 매각'을 선언했지만, 현재 대우건설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지며 기업가치는 뒷걸임질치고 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7월 8일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건설 지분을 넘겨받았는데 당시 4790원이던 주가는 이날 2시 현재 2980원으로 37.8% 하락했다. 이는 2018년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가 가시화되며 6000원대까지 상승했던 주가와 견주면 절반 수준을 밑돌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대내외적 경영환경이 악화돼 M&A 시장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며 “더욱이 건설업 특성상 단기간에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고 건설업황도 갈수록 침체되고 있어 M&A를 섣부르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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