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전쟁 2라운드…대형 금융그룹도 간편결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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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전쟁 2라운드…대형 금융그룹도 간편결제 맞불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9.1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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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결제 장악한 카카오·네이버 시장 70% 잠식
KB금융도 결제플랫폼 출시...'확장성'이 변수될 듯
간편결제를 일컫는 페이 시장이 급성장한 가운데 빅테크와 기존 금융그룹간 경쟁구도가 점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간편결제를 일컫는 페이 시장이 급성장한 가운데 빅테크와 기존 금융그룹간 경쟁구도가 점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카카오와 네이버 등 빅테크가 장악한 간편결제 시장에 기존 금융권이 가세하며 페이전쟁 2라운드가 예고되고 있다.

이미 페이 시장에는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페이코, 쓱(SSG)페이, 스마일페이 등 빅테크 업체와 유통기업까지 참전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2강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기업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특히 내년에는 현금을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식에 더해 신용카드처럼 잔액이 없어도 후불결제가 가능해져 기존 금융권과 간편결제 서비스 간의 경쟁이 한층 과열될 전망이다. 여기에 금융그룹의 가세는 치열한 경쟁구도에 불을 부을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간편결제 플랫폼 'KB페이'를 다음달 15일 출시할 예정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선점한 페이 시장에 전통 금융사가 처음 뛰어드는 셈이다.

KB페이는 KB국민카드를 주축으로 은행, 보험, 증권 등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범용성을 갖춘 간편결제 플랫폼이다. 기존 'KB국민 앱카드'를 KB페이 앱(응용 프로그램)으로 업데이트해 새롭게 선보이는 것이다.

앱카드가 단순히 신용카드 정보를 모바일에 등록해 사용하는 수준이라면 KB페이에는 다양한 금융 관련 서비스가 추가된다. 결제 수단 또한 신용·체크카드, 선물카드, 계좌, 포인트리, 상품권 등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앞으로 KB페이 안에서 전용 앱 또는 웹 브라우저를 통한 △결제 △포인트리 △상품권포인트 △국내송금 △해외송금 △환전 △제휴사 멤버십 등이 가능해진다.

KB페이가 간편결제 시장에서 후발주자이긴 하나 기존 간편결제 플랫폼의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오프라인 채널에서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경쟁 변수다. KB국민카드가 보유한 266만여곳의 막대한 카드 가맹점 네트워크와 카드결제 인프라, 카드 빅데이터, 디지털 결제기술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앱 출시 초기에는 등록 가능한 결제 수단이 KB국민카드에 국한되겠지만 추후에는 다양한 사업자에게 시스템을 연동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KB금융의 페이시장 가세는 최근 간편결제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 업체들이 유연한 확장성을 기반으로 급속도로 몸집을 불려가는 데에 따른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거래액이 총 100조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간편결제·송금 시장에 맞먹는 수준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간편 결제·송금 시장은 약 14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즉 올해 카카오와 네이버의 페이 거래액이 지난해 국내 시장의 70%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올 상반기 거래액이 2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카카오페이 거래액은 48조원으로, 올해 70조원 대로 올라서면 약 1년 만에 46%가 증가한 셈이 된다.

네이버페이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올 상반기 거래액이 12조원에 달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네이버는 1분기 5조를 넘어섰고, 2분기엔 6조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앱 분석업체인 와이즈앱 조사 결과에서도 올 상반기 네이버에서 결제된 금액이12조5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하반기엔 페이시장의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경제활동이 느는데다, 통상 상반기보단 쇼핑 특수가 몰려있는 하반기에 간편 결제·송금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네이버페이는 외부 결제처 확장에 힘쓴다. 하반기에는 오프라인에서도 네이버페이를 만나볼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쇼핑·금융 등 제휴 확대에 집중해 결제 규모를 키우고, 쇼핑 결제 흐름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는 증권업 진출 시너지를 본격화하는 동시에 전자문서 서비스 등을 발판삼아 거래액을 늘릴 계획이다.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에서 세금을 내고, 대출을 갚고, 보험료를 납부하는 형태로 사업이 확대되면 카카오페이의 1인당 금융 거래액 성장세는 매우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금융위가 추진 중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이들 서비스의 성장 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30만원 한도의 후불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사회초년생, 주부 등 '신 파일러(금융이력 부족자)'의 구매가 증가할 수 있다"며 "현행 200만원 수준인 선불전자지급수단 충전 한도도 500만원으로 늘어나 전자제품·여행상품 등 고가 상품 판매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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