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광범위한 영역의 상표 등록과 불사용취소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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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광범위한 영역의 상표 등록과 불사용취소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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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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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GENESIS’. 아마 많은 사람들이 ‘제네시스’하면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를 떠올릴 것이다. 현대차의 제네시스 브랜드는 2004년에 최초로 기획되어, 2008년에 ‘GENESIS’라는 차명으로 출시됐다. 이후, 제네시스는 독일 수입차에 버금가는 성능과 품질로 고급차 시장에서 큰 히트를 치게 됐고, 2015년에는 독립된 브랜드로 현대차에서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제는 차명이 아니라 완성차 메이커 브랜드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GENESIS’ 브랜드의 원조는 따로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GENESIS’ 브랜드의 원조는 바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BBQ 치킨’의 주식회사 제너시스비비큐이다. 제너시스비비큐는 1995년에 설립된 회사로서 설립 이후로 현재까지 제너시스비비큐라는 사명을 사용하고 있다.

‘GENESIS’라는 영어 단어는, 성경의 창세기 또는 시작, 창조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긍정적이고 중후한 느낌이 있어서, 회사명이나 자동차명으로 잘 어울리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두 회사의 브랜드가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비즈니스 영역이 자동차업과 외식업으로 워낙 차이가 커서 상표법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적지만 2016년부터 현재까지 두 회사는 무려 20건이 넘는 상표분쟁을 진행중이다. 왜냐하면 제너시스비비큐가 외식업 외에도 매우 넓은 영역에서 상표권을 오래전부터 등록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너시스비비큐가 보유하고 있는 상표권의 상품 서비스 영역은 가죽지갑, 가죽 가방, 속옷, 셔츠, 귀금속제 기념컵, 기념주화, 연예인매니지먼트업 등 다양하다.

실제로 이들 영역 전부에 대해서 제너시스비비큐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아마도 상표출원을 할 당시 창업자가 사업의 성장과 확장을 염두해 두고 외식업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 상표를 미리 확보해놓은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 현대차 측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독립시키고 전방위적으로 마케팅을 하는데 있어서 제너시스비비큐가 보유하고 있는 광범위한 영역의 상표권들이 매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고급차 마케팅에 있어서 화장품, 향수, 셔츠, 귀금속 기념주화 등의 판촉물이 많이 쓰이게 되는데, ‘GENESIS’ 브랜드를 부착해 홍보 판촉물을 배포하게 되면 제너시스비비큐의 상표권을 침해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차 측에서는 제너시스비비큐가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영역의 상품‧서비스군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상표권에 불사용취소심판이라는 행정소송적 성격을 지닌 상표심판을 제너시스비비큐에 다수 제기한 것으로 보여진다.

불사용취소심판이란, 상표권자가 상표권를 등록받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상표를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 상표를 사용하고자 하는 제3자가 상표권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심판이다. 불사용취소심판제도는 누적된 상표등록으로 인한 상표로 사용될 수 있는 브랜드의 소진을 막고, 실제로 상표를 사용하고자 하는 자에게 기회를 줘서 상표의 적극적인 사용을 유도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이다. 불사용취소심판을 제기하는 자는 해당 상표가 연속해서 3년 이상 사용되지 않았음을 주장하게 되며, 심판을 청구당한 상표권자는 상표권의 취소를 막기 위해 최근 3년 이내에 상표를 실제로 사용하였음을 입증해야 한다.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고자 하는 사업자가 해당 브랜드와 동일한 선행상표권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해 브랜드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서, 상표권자가 실제로는 상표를 사용하지 않는 정황이 의심되는 경우 불사용취소심판은 매우 좋은 법적수단이 될 수 있다.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현대차가 제기한 20여건이 넘는 불사용취소심판에 대해, 우리나라 특허심판원은 4건을 제외하고는 전부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그중 일부 건에 대해서 제너시스비비큐에서 특허법원에 항소를 제기하였고, ‘속옷, 스웨터, 셔츠 소매업’에 대해서 특허법원이 제너시스비비큐 측에서 제출한 사용증거를 인정하면서, 제너시스비비큐의 상표권 일부는 살아남게 되었다.

하지만, 자동차 홍보마케팅에서 ‘GENESIS’ 브랜드가 찍힌 티셔츠나 의류는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현대차에서도 홍보‧마케팅에 있어서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제너시스비비큐 입장에서도 전방위적인 현대차의 상표소송에 상당한 압박과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현대차는 해외에서도 샴푸, 스킨, 로션 등의 제품에 대해서 세계적인 화장품 업체 로레알과 ‘GENESIS’브랜드의 상표분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쪼록 자동차와 치킨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현대차와 제너시스비비큐의 상표분쟁이 조속하게 종료되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결말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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