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반도체·디스플레이] 美·中 갈등에 日 견제까지…글로벌 불확실성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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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반도체·디스플레이] 美·中 갈등에 日 견제까지…글로벌 불확실성 증대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9.10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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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화 진행됐지만 日 수출 규제 여파 여전…‘특허 소송’ 움직임도 나타나
국내 반·디 산업, ‘큰손’ 화웨이와 거래 중단…단기 손해 불가피
비대면 확산에 2분기 선방한 삼성·SK, 글로벌 분쟁으로 사업 차질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시설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시설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두 산업은 ‘반·디’로 묶여 불릴 정도로 연관성이 짙다. 삼성·SK·LG 등 국내 대기업이 이끄는 기술 기반 산업으로 전자기기 필수 부품 중 하나다. 한국에 ‘정보기술(IT) 강국’이란 별명을 붙여주며 ‘경제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핵심 산업이 글로벌 분쟁에 휩싸이자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노린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수출 규제는 아직 철회되지 않았다. 여기에 미국·중국 갈등의 여파로 화웨이 거래까지 끊겼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중국 ‘정보기술(IT) 굴기’가 한풀 꺾여 국내 산업이 중·장기적 관점에선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단기적 손실은 불가피하게 됐다.

일본 정부가 시행 중인 수출 규제의 여파는 완전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폴리이미드 등 3대 수출 규제 소재에선 국산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여전히 소부장 산업의 일본 의존도는 높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제조 장비와 정밀화학 원료 대일(對日) 의존도는 각각 86.8%, 78.1%에 달한다.

일본은 국내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에 속도가 붙자 최근 관련 분야에 ‘이의신청’ 형식으로 개발을 방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의신청은 특허 무효 소송이나 침해 소송에 앞서 밟는 절차다. 국산화 성공 후 특허 허점을 노려 다시 견제에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 갈등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를 이달 15일부터 본격 시행한다. 미국에서 생산된 장비는 물론 소프트웨어·설계 등의 기술을 사용해 제작되는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도 이에 따라 납품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공급을 중단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델오로 그룹에 따르면 화웨이는 미국의 통신장비 규제에도 상반기 시장점유율 31%를 올리며 1위를 유지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 사업도 펼치고 있어 국내 메모리 기업의 최대 고객 중 하나다. 화웨이가 지난해 한국 기업으로부터 사들인 부품은 약 13조원 규모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 중 화웨이 비율은 3.2%(7조3700억원), SK하이닉스는 11.4%(3조원)에 달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모두 거래가 중단돼 사업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깜짝 실적’을 올리며 국내 경제를 뒷받침했다. 비대면 확산에 따른 IT 기기 수요와 데이터 센터 확대 등의 영향이다. 이런 흐름이 글로벌 분쟁 영향으로 멈출 수 있는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정부에 중국 화웨이에 대한 디스플레이 부품 수출을 계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공식 요청하며 이 같은 이슈에 대응에 나섰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이수미 미국 Arnold & Porter 변호사는 한국무역협회가 연 ‘화웨이 최종 제재안 및 우리기업의 대응방안’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화웨이에 수출을 원할 경우 미국 상무국에 전자로 허가서를 제출하면 된다”며 “법규에는 90일 이내로 판단이 나올 것이라고 돼 있지만, 화웨이와 관련된 경우는 미 국방부와 국무부, 심지어 백악관 등 여러 기관에서 (심사에) 들어오기 때문에 굉장히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경험상 8개월은 족히 걸리고, 1년이 넘을 수도 있다. 검토도 하지 않고 6개월 내로 라이선스를 안 주겠다며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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