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반도체·디스플레이] 韓 LCD 무너뜨린 中, IT 굴기 멈추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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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반도체·디스플레이] 韓 LCD 무너뜨린 中, IT 굴기 멈추지 않아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9.10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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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 화웨이 제재 이후 반도체 기업 육성 정책 쏟아내
반도체 기술력 차이 크지만…“따라잡히는 것은 결국 시간문제” 우려 확산
국내 디스플레이 무너뜨린 방법 그대로 반도체서도 답습…인력 빼돌린 후 ‘치킨게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현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현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중국의 ‘정보기술(IT) 굴기’ 야욕이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반도체 조달을 원천 차단하는 제재를 시행하자, 중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IT 굴기’를 외치며 국내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무너뜨린 이력이 있다. 이번엔 ‘반도체 산업’에 방향성을 잡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 육성 지원 방안에 따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후 전망에 대한 의견은 다소 엇갈리지만 긴장감이 높아진 것은 공통된 분위기다.

국내 반도체 기술력은 현재 중국 수준과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중국 1위 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14나노미터(nm)를 최신 기술로 내세우고 있다. SMIC는 화웨이가 반도체 수급에 차질을 빚자 중국이 선택한 기업이다.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5위에 올라있다.

SMIC는 7나노 공정 도입을 2021년 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가 극자외선(EUV) 공정을 통해 7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것과 대조적이다. SK하이닉스 역시 EUV 장비를 이용한 메모리 반도체 D램 양산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견디면서 국내 기술력을 따라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만큼 단시간에 이 격차를 줄이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반도체 기술 격차가 좁혀지는 것도 결국 ‘시간문제’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 정부의 ‘IT 굴기’로 무너진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안일한 대처는 미래 먹거리를 포기한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반도체산업과 함께 ‘수출 효자’ 노릇을 하던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 정부가 2015년 발표한 ‘제조 2025’ 이후 침체기를 맞았다. 당시 중국과 국내 기술력 격차가 커 “아직은 이르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서 퍼져있기도 했다. 그때의 안일함이 지금의 ‘LCD 패널 사업 철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3년간 BOE, 티엔마(Tianma), 차이나스타(CSOT) 등에 30조원의 보조금을 투입, 생산설비를 급속히 늘렸다. 정부 지원을 받은 중국 기업들은 LCD 패널 마진을 포기하고 ‘물량 밀어내기’를 벌이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자리를 공략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LCD 1위 자리를 BOE 내주면서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조 2025’ 발표 2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LG디스플레이는 LCD 판가 하락의 영향으로 최근 5분기 동안 연속 적자를 겪고 있다.

물론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다.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삼성전자는 양자점(QD)디스플레이를 차기 먹거리로 삼고 기술 격차를 노려왔지만, 중국 IT 굴기를 온전히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중국 기업들은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도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굴기’는 국내 디스플레이 생태계를 무너뜨린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대규모 지원금을 반도체 기업에 투입하면서 국내 인력들을 빼돌려 기술을 확보하는 식이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핵심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이다. 이를 위해 SMIC에 약 2조7000억원을 투자하고, 15년간 법인세를 면제해 주는 정책을 내놨다. 화홍 반도체 역시 비슷한 혜택을 받는다.

‘인력 빼돌리기’도 여전하다. 최근 39년간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을 진행했던 사장급 인사가 중국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자 그는 중국행을 철회했다. 이 사건은 중국이 국내 인력 영입 현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국이 이 같은 인력 영입으로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면 디스플레이 산업처럼 ‘치킨게임’을 벌여 국내 생태계에 피해를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제조업계 직원은 “수배에서 수십배에 달하는 연봉을 제시하며 고위급 인사에 접촉하는 중국 기업들이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사내에선 누가 어디에 영입을 제안받았다는 얘기들이 간혹 들리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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