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펀드판매사 옥죄다 시장위축 부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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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펀드판매사 옥죄다 시장위축 부를라
  • 황인욱 기자
  • 승인 2020.09.09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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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황인욱 기자] 신뢰가 펀드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라임ㆍ옵티머스 환매연기 사태가 시작이다. 뒤에도 사모펀드 사고가 연달아 터졌고, 이제는 믿었던 공모펀드마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증권가는 다시 한 번 긴장할 수밖에 없다. 또 '독박'을 쓸  수 있어서다.

관련업계에서는 제도적인 허점은 그대로 둔 채 판매사에게만 책임을 떠넘긴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모든 위험을 떠안으면서까지 앞으로도 펀드를 팔기는 어렵고, 이는 시장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과 브이아이자산운용은 이달 들어 재간접 공모펀드의 환매 연기를 판매사들에 안내했다. 이들이 판매한 상품은 유럽계 자산운용사 H2O가 운용하는 펀드를 편입한 재간접형 펀드다. 환매 연기는 H2O의 펀드들이 해외 금융당국으로부터 유동성 문제를 이유로 자산동결 지시를 받아 발생했다.

공모펀드에서마저 환매 연기 사태가 발생하자 업계는 좌불안석이다. 공모펀드는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상품인 만큼 사모펀드 사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간접투자 상품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시장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갈지 의문"이라고 했다. 

금융당국도 칼날을 판매사에 다시 겨눌 것으로 보인다. 라임무역펀드 전액 배상 사례에서 이미 그랬다. 피해금액을 판매사가 물어주는 사례가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판매사가 모두 물어주는 상황이 이어져서는 누가 상품을 판매하려고 하겠냐"며 "시장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고, 어쩌면 시장위축은 이미 시작됐을 것"이라고 했다.

진짜 문제는 제도적 보완이다. 업계는 운용사의 상품을 제대로 검증하고 싶어도 금전적으로나 인력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펀드 규제를 느슨하게 해 상품이 쏟아지는데 옥석가리기를 판매사가 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란 거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애로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외면하고 판매사에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투자자의 모럴 해저드를 조장할 수 있다"며 "시장 자체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 제도적인 보완 없이 판매사만의 힘으로 펀드 사고를 막고, 시장에서 신뢰를 되살리기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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