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키오스크 점령…고령층 스트레스 늘고 일자리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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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키오스크 점령…고령층 스트레스 늘고 일자리 사라진다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0.09.09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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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절반 이상 “주문 어렵고 뒷사람 눈치보여”
대형마트 제외 교통·극장 등 전담 안내 직원 없어
키오스크 1대, 아르바이트 최대 2.5명 대체 가능
4월 키오스크 도입 숙박·음식업 종사자 16만명 감소
경기 하남의 한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 판매점에서 시민이 무인결제를 하고 있다. 매장 유리창에는 '테이크아웃' 권장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하남의 한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 판매점에서 시민이 무인결제를 하고 있다. 매장 유리창에는 '테이크아웃' 권장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거래가 사회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이제는 패스트푸드점·카페·음식점·영화관·마트·병원·은행·주차장 등 다양한 곳에서 사람과 직접적인 대면 없이도 업무 처리가 가능한 ‘키오스크’(무인자동화장치)를 쉽게 볼 수 있다.

키오스크는 소비자에게 직원 접촉에 대한 불안감과 부담감 없이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함’과 ‘편리함’을 제공해준다. 기업이나 업주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고 이윤을 늘려주는 최고의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키오스크는 고령자나 장애인 등 일부 계층의 불편함을 넘어 ‘소외감’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일자리를 뺏는 ‘공포의 존재’이기도 하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는 가운데,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키오스크 조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1년간 전자상거래나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거래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 중 키오스크를 이용해 본 응답자는 81.6%(245명)였다.

키오스크 경험자 245명 중 절반 이상(51.4%·중복응답)은 키오스크를 이용하면서 ‘복잡한 (주문·결제) 단계’가 가장 불편하다고 답했다. ‘다음 단계 버튼을 찾기 어려움’(51%), ‘뒷사람 눈치가 보임’(49%), ‘그림·글씨가 잘 안 보임’(44.1%) 등도 불편 사항으로 꼽았다.

업종별로는 유통점포(71.9점)의 키오스크를 가장 어려워했고, 병원(73.9점)과 외식업(74.6점), 대중교통(74.7점), 문화시설(78.8점), 관공서(79.5점)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소비자원은 별도로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없는 65~69세 소비자 5명과 70세 이상 소비자 5명을 대상으로 실제 각 매장의 키오스크 사용 모습을 관찰했다. 그 결과, 고령소비자들은 공통적으로 영문 등 익숙하지 않은 용어나 초성검색 등 조작방식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키오스크 이용 중 시간 지연, 주문 실패 등에 심리적 부담감도 느꼈다.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에서는 과반수의 고령소비자가 영문으로 표기된 메뉴명이나 버거·세트·디저트 등 익숙하지 않은 메뉴 분류를 이해하는 데 어려워했다. 자동무인화 기기에 개인정보를 입력한 후 은행원과 화상상담을 진행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도 절반 이상은 화상 연결 전 메뉴 선택과 키보드 조작에 어려움을 겪었다. 버스터미널 키오스크에서도 70세 이상 소비자 5명 중 3명은 발권에 실패했다.

그런데도 키오스크 이용을 돕는 전담 직원이나 사용법 안내는 미흡했다. 교통시설·대형마트· 극장 각 6곳과 식당 12곳 등 총 30개 점포 중 대형마트 6곳은 모두 키오스크 전담 직원이 상주하고 키오스크에 ‘직원 호출’ 버튼을 설치했다. 반면 나머지 24개 점포 중 키오스크 전담 직원이 있는 곳과 직원 호출 벨을 설치한 곳은 패스트푸드점 1곳, 교통시설 1곳뿐이었다. 30개 점포 중 고령자용 키오스크 화면을 운영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키오스크 공습’은 일자리 감소로도 이어진다. 사람이 설 자리에 기계가 들어서는 만큼 일자리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미국에서 2013년 맥도날드가 1만4000개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도입하겠다고 밝힐 때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종별로 차이가 있으나, 외식·유통업계에서 키오스크 1대는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최대 2.5명을 대체하고 이는 연간 5000만 원가량의 인건비가 절감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르바이트생이 키오스크에 밀려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키오스크 시스템이 주로 도입되는 숙박·음식업 종사자는 지난해 3월보다 11만6000명 감소했다. 지난 4월에는 16만6000명이 감소했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영향과 코로나19 충격이 큰 데다 서비스업에서 빠르게 자동화·무인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된다 해도 사라진 일자리가 100% 회복될 가능성은 적다. 또 그렇다고 키오스크 산업 분야의 일자리가 크게 늘었거나 전체 제조업 일자리가 증가한 것도 아니다. 국립전파연구원에 올라온 키오스크 관련 업체를 분석한 결과, 직원 수 파악이 가능한 140개 기업 가운데 직원 수가 100명이 넘는 기업은 18개에 불과했다.

키오스크로 인한 일자리 충격은 비단 서비스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AI)과 결합해 더 다양하고 많은 영역에서 빠르게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편의성을 위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때 소외될 수 있는 계층은 없는지 살펴보고, 이들이 더 쉽고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또한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인 해당 분야의 일자리 축소는 이제 더는 피할 수 없는 길이므로 이에 대한 대책 역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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