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준(土美) 도시로 재생연구소 소장] ‘언택트’가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공동체의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어느덧 자연스럽게 마스크는 전 국민의 필수품이 되었다.
거리두기로 인해 매장 내 음식섭취가 시간적, 지역별로 강제로 영업제한을 받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다중시설은 아예 폐쇄한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업공간에서의 매출 하락은 현실이 되었다. 문 닫는 가게는 연신 늘어나고 있고, 손님없는 상점의 모습이 흔한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뜨고 지는 상권과 업종은 천국과 지옥을 오고간다. 외국인이나 타지인들의 방문이 많던 홍대, 명동, 이태원, 종로 등의 구도심 대형 상권은 눈에 띄게 매장 방문객이 감소했고 1층 매장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와 경기 침체로 인한 자영업의 한계치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는 상권 대비, 뜨거나 유지하는 상권의 변화도 흥미롭다.
슬리퍼를 신고 갈 수 있는 집 근처의 상권이 선전하는가 하면 대규모 주택가 근처의 피자·토스트·김밥 등의 간편식의 매출이 늘고 포장과 배달, 온라인을 통한 판매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생활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사치품, 문화 소비, 사람이 많이 모이는 백화점·대형마트의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한 반면 홈쇼핑, 이커머스, 배달앱은 판매 증가가 코로나 이전 대비 50%를 육박한다.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집이나 회사 근처에서 간단한 품목을 소비하는 싱글족은 편의점이나 소형 점포를 이용하고, 재택근무와 개학연기로 인한 집밥, 홈술, 홈트 등의 홈족들로 인해 주택가 인근의 소규모 상점은 오히려 매출이 느는 곳이 생겼다.
유흥가, 오피스 상권과 주택가 상권의 매출을 비교하게 된 시대가 된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일부러 만나서 먹고 마시던 장소에서의 시간들이 추억거리가 될 만큼, 기존 상업지역 내의 상권은 업종전환과 폐업, 재창업 등의 압박으로 인해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자영업 시장은 원래 대박이 희박하고 유지만 해도 다행일만큼 냉정한 곳이었다. 물론 일부 대박나는 아이템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은 전체 자영업의 희박한 숫자이다.
지금의 상권은 코로나 이외에도 소비자의 달라진 라이프스타일, 경기침체, 변화된 소비패턴과 함께 맞물려 있다. 다점포 출점을 지향했던 대형 프렌차이즈의 대량 물건에 대한 반등, 내가 알고 있는 맛에 대한 다른 시도, 1인가구 증가, 유통체계의 변화, 젊은 세대의 의식변화 등 여러가지가 전염병 바이러스까지 만났다.
생활방역이 일상화되는 시대에서의 상권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게 보인다. 대형몰은 코로나 이전부터 위기를 피할수 없었으며 지역성이나 개성있는 상품을 O2O(온·오프라인 연계) 방식으로 입점 섭외를 하거나 패스트푸드보다 슬로우푸드가 떠올랐던 점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증거이다.
이제 언택트 라이프 시대는 홈이코노미, 근접한 편의성, 개성 있는 브랜드, 독특한 업종, 새로움, 자연을 접할 수 있는 환경, 경관, 희소성, 경험의 가치 등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창업자들을 고민에 빠지게 할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자영업의 새로운 프레임과 새로운 방법이 모색되어야 할 때다.
몇 가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자면 △연령대를 고려하고 있는가 △싱글족이 많은가 △경쟁력이 있는가 △이슈에 상관없이 타격을 받지 않는가 △이동속도가 모이는가 △이동속도가 빠른가 △주택 배후가 풍부한가 △유니크한가 △온라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가 등이 있다.
새롭게 터득한 일상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도 오프라인 상권에 영향을 줄 것이다. 상권과 자영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소비의 패러다임은 ‘성공’이나 ‘대박’이 아닌 ‘생존’으로 바뀌었다. 죽지 않고 살아남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