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취준생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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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취준생의 눈물
  • 신승엽 기자
  • 승인 2020.09.0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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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한국에 돌아온 뒤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준비해왔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이후 다니는 두 학원이 문을 닫았다. 지속적인 실습이 반드시 필요한 과목이기 때문에 이번 시험은 포기하게 됐다. 모은 돈도 바닥을 보이는 중이라 부모님의 눈치를 더욱 많이 보게 된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발생하자 한국으로 돌아온 홍 씨(30)의 발언이다. 홍 씨는 약 2년간 호주의 연어 양식장에서 찢어진 그물을 수리하고, 인근의 물개를 쫓아내는 다이버로 재직했다. 타지에서 남 부럽지 않은 수익을 확보했다. 하지만 현지에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결국 상대적으로 안정세에 접어든 한국으로 귀국했다. 

홍 씨가 다시 호주로 돌아가려면, 비자를 새로 발급받아야 했다. 하지만 현지 사업체와의 계약기간을 모두 끝내지 못하고 돌아온 탓에 비자 발급이 어려워졌다. 이에 홍 씨는 국내에서 산업 다이버로 일할 계획을 짰다. 현재 가진 다이버 자격증은 국내에서도 통용되기 때문에 필기 시험이 면제되는 강점을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약 2개월간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이 넘는 거리에 위치한 학원에 꾸준히 방문했지만, 결국 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돼 실습 중심의 학원도 문을 닫았다. 주말에 수강 중인 다이빙 학원도 문을 닫아 집에서 거주하는 시간이 늘었다. 이에 눈칫밥만 먹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태는 산업 다이버 관련 직종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했을 때부터 수많은 학원들이 연이어 문을 닫았다. 채용시험, 자격증시험은 2단계 조처 대상 모임 가운데 하나다. 실습 중심의 시험 외에도 수많은 업종 자격시험이 중단되고 있다. 실제 금융권, 전산세무회계 등도 시험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지난 상반기 바닥을 찍었다고 평가받은 채용시장이 하반기에도 움츠러들 수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의 2020년 상반기 고용동향 및 주요 특징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취업자는 2679만900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9000명이 줄었다. 특히 20대 취업자는 9만7000명 줄었고, 30대 취업자도 10만4000명 줄었다.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재난지원금이 문제가 아니다. ‘나’라는 브랜드를 채용 시장에서 어필하기 위해 가꾸는 단계를 생략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보다 앞서 시험을 준비해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에게 구직 기회를 넘겨줄 수 있다는 뜻이다. 시험의 합격유무는 공정하지만, 시험을 볼 자격은 공정해야 한다. 

채용 시장에서는 ‘캥거루족’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캥거루가 뱃속 주머니에서 한 육아를 하는 점과 채용에 실패해 부모님에 기대는 취준생들의 현실을 풍자한 단어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보다 정부가 강조하는 비대면 경제의 기초가 채용 시장에서도 하루 빨리 적용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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