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법의 지배'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가 판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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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법의 지배'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가 판치는 세상
  • 송영택 기자
  • 승인 2020.09.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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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택 산업부장
송영택 산업부장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면서 최근 들어 집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나 한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 앞으로 집을 사려고 하는 무주택자 등 모두를 힘들게 하는 부동산 관련 법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양도세율 수정과 대상자 변경, 집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물리는 재산세·종부세율 조정, 전·월세를 당사자 간의 자율계약에 따라 설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 개정. 목돈이 없어서 은행의 장기대출을 활용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총소득과 부채율을 따져서 대출금을 제한하는 규제도 강화했다.

한마디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거나 미래 소유재산에 대한 제한을 두는 법들이 무차별적으로 마련됐다. 국회 176석을 확보한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사천리로 이러한 법들을 통과시켰다. 또한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규제하고 옥죄는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법 등도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넘겨진 상태다. 앞서 주 52시간 근무,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산업안전 강화, 화학물질 관리 및 등록 요건 강화 등도 시행됐다. 

여기에 최근 대법원은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두어 법외노조가 되어버린 전교조에게 합법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를 두고 소수의견을 낸 두 대법관은 “법원이 합헌적인 법령과 제도에 의한 질서를 무시한 채 자신만의 정의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다른 국가기관에게 이를 따르도록 강제해서는 안 된다”며 “다수의견은 법을 해석하지 않고 스스로 법을 창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생명·자유·재산권(행복추구권)은 그 어느 인간이나 정부로부터 침해받을 수 없다는 기본권을 방어하기 위한 개념에서 출발한 ‘법의 지배(Rule of Law)’와 독재나 전체주의 사회에서 통치수단으로 악용되는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 간 논쟁이 일고 있다. 

추미매 법무부 장관과 갈등 관계에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달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서 실현된다”고 강조했다. 

이러자 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로 이루어진다’는 그 과감한 발상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법은 다만 그 양심과 상식의 경계를 정하기 위한 도구일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원희룡 제주지사는 ”법치주의를 전면으로 부정한 무서운 발상이자 무식한 소리"라며 "양심과 상식을 자기 멋대로 정하고, 자의에 의한 지배를 막는 게 법의 지배"라고 일침을 가했다.

일찍이 1850년 프랑스 경제평론가 끌로드 프레데릭 바스티아는 ‘법’이라는 논문에서 “법이란 인간이 정당하게 자기를 방어할 천부의 권리(생명·자유·재산권)를 집단화 시킨 것”이라고 규정했다. 즉 인간의 생명과 자유, 재산권의 안위를 보장하는 것, 그리고 모든 것이 정의의 지배하에 놓이도록 개인적 완력을 집단적 완력으로 대체한 것이 법이라고 설명했다.

바스티아는 "재산이 소유자의 동의 없이, 그리고 보상없이 소유자로부터 그 재산을 창조하지 않은 사람에게로 이전되어 간다면 그 수단이 강제력이든 사기든 간에 그것을 약탈이라 부르겠다"면서 ‘합법적 약탈’을 보장해주는 ‘법의 타락’을 사회의 가장 해로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간의 생명·자유·재산을 지켜주는 것이 국가의 기본 역할이고, ‘그 어느 누구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기본 개념이 풍부하게 구현되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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