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공재’ 라는 그 멀고도 먼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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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공재’ 라는 그 멀고도 먼 단어
  • 김동명 기자
  • 승인 2020.09.0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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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발하며 무기한 집단휴진을 벌이고 있는 전공의들과 복지부를 포함한 여러 정부기관들의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등 이른바 ‘4대악 의료정책’을 반대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욱 복잡한 이유들이 숨어있다.

특히 이번 의료계 파업에는 의사가 ‘공공재(公共財)’로 여겨진다는 인식을 향한 설움이 내재해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의 “의사는 그 어떤 직역보다 공공재”라는 발언이 있었고, 이를 계기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지난달 31일에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남북 보건의료의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안(남북의료교류법)’과 같은 당 황운하 의원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재난기본법)’으로 인해 또다시 의사들은 분노했다.

신현영 의원이 7월 2일 대표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북한에 보건의료 분야 지원이 필요한 재난이 발생할 시 남한과 북한의 공동 대응 및 ‘의료인력’ 긴급지원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의사를 나라에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 사용 가능한 ‘공공재’로 인식시키게 하는 법안으로, 의사들은 해당 법안을 ‘공공재법’이라고 칭하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러한 인식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정부와 국민이 바라보는 ‘의료의 공공성’이 의사들의 생각과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공중위생이나 예방의학은 공공재로 분류되지만 의사가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는 교육과 함께 가치재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일반인의 머릿속에는 의무교육처럼 의료의 공공성도 동일 가치 기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의사들은 자신들을 일반 직장인과 같은 치열한 자본주의 속에서 경쟁해야하는 근로자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현재 발생하고 있는 범의료계 갈등의 주 구성원이 학생인 전공의로 이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의료기관의 95% 이상은 민간이 담당하고 있다. 의사 양성 과정에서도 국가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도 전공의들이 현재 사태에 분개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역의사’와 ‘공공의대 졸업생’은 국가 지원을 받고 국가가 지정한 병원에서 10년간 복무 의무를 수행하지만, 기존 의대생들은 부모가 벌어준 돈으로 또는 자신이 노력으로 일궈낸 돈으로 의사가 된다.

이렇게 양성된 의사들은 같은 개념에 묶이지 않고 자연히 차별성을 지닌 행보와 이후에는 국가 의사와 사립 의사로 나뉘어 분류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와 의사들이 모두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국민 역시 의료 개혁 갈등의 이해관계자라는 점이다. 정부와 의료계, 국민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혹자는 코로나19 사태에 하필 지금 싸워야 하냐며 비난하지만 누군가에겐 생존권이 달려있는 투쟁이고 그 투쟁에는 때가 없기에 그들 또한 하나의 민주시민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단 실재로 피흘고 있는 것은 환자이며, 하루빨리 의료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점만은 기억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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