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보지 않은 길, 국민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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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보지 않은 길, 국민은 두렵다
  • 김정인 기자
  • 승인 2020.08.30 14: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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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부가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을 중단·제한하는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적용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3단계 격상까지 갈 경우 일상이 얼마나 변할지 국민들은 두려움이 가득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3단계 신중론의 정당성을 위해서라지만 3단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듯해 우려스럽다. 

30일부터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을 제한한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수도권의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에서는 포장과 배달 주문만 가능하고, 음식점과 제과점은 밤 9시 이후 야간 영업이 제한된다.

이러한 가운데 3단계 격상에 대한 정부·여당의 경고는 계속됐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이번 배수진을 통해 수도권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우리는 3단계 거리두기라는 마지막 수단밖에 남지 않는다"며 "3단계 거리두기는 이번 조치보다 훨씬 광범위한 시설과 영업장에 제한을 가는 조치로서, 서민경제와 일상생활에 크나큰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25일 "3단계로 격상되면 준전시와 같은 상황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며 "만일 지금과 같은 확산세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정부는 3단계 거리두기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3단계로 격상되면 사회, 경제, 개인의 일상 등 모든 것의 질적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3단계 거리두기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찾기 힘들 것이다. 기자 주변의 지인들은 '정치부 기자니까 잘 알지 않냐'는 이유로 연일 전화를 걸어 3단계 격상 조건과 조치들이 무엇인지 물어보곤 한다. 특히 카페를 운영 중인 대학 동기는 '추가적인 영업 제한이 있을 것 같냐'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당장 할 수 있는게 없다. 코로나 공포에 휩싸여 있지만 막상 관련한 정보는 접근하기 어렵고 막연하다고만 생각하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경고한대로 국민들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엄중한 위기상황' '준전시 상황'을 맞이했고, 맞이하는 중이다. 문제는 국민들이 대비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겁에만 질려있다는 것. 현 상황에서 필요한건 공포감을 조성하는 정치가 아니라 거리두기 3단계 시행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대비책을 제시하는 스마트한 정치가 아닐까. 모두가 힘든 이 시기, 공포감은 이제 충분하다. 국민에게는 만약을 대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보와 대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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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개 2020-08-31 16:51:30
"국민에게는 만약을 대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보와 대비책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제일 공감이 가네요..
이제는 예전의 당연했던 일상이 그리운걸 넘어서 꿈같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