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규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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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동산 규제의 역설
  • 전기룡 기자
  • 승인 2020.08.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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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정부는 말했다.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고. 이를 위해 전세 계약 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전세금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59주째 꺾이지 않는 전셋값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14일 발표한 ‘8월 2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7% 상승했다. 직전 기록했던 상승폭인 0.20%보다는 소폭 감소했지만 장마와 같은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했을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KB부동산 리브온(Liiv ON) 기준으로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KB부동산은 전국 전셋값이 전주보다 0.20% 오르면서 상승폭이 직전(0.11%)보다 확대됐다고 밝혔다. 두 통계자료의 기준 시점이 3일가량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전셋값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셋값 반등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앞서 정부는 6·17 부동산 대책과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보유세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늘리겠다는 취지의 해당 대책들은 집주인들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임대차3법은 매물 잠김 현상을 보다 심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최근 보름 새 서울 전역에서 전세 매물이 2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본격 적용된 지난달 말부터 시장이 급변한 셈이다.

부족해진 물량에 대한 통계자료도 존재한다. KB부동산 기준으로 지난 10일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80.8이다. 이는 2015년 10월 기록한 182.5 이후 최고치로,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감정원 기준으로도 전세수급지수는 107.5에 달하면서 2016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3~2015년 당시가 전세대란이 불거졌던 시점이었던 만큼 정부의 겹규제가 다시금 전세대란을 야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늘(18일) ‘민간 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공표되면서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 집주인이 4분의 3, 세입자가 4분의 1을 부담하는 이번 보험은 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막기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이 마저도 전세매물의 잠김을 심화할 공산이 크다. 신용등급과 담보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집주인으로서는 전세 매물을 월세로 돌리는 게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아파트 위주로 퍼지던 전세대란이 다주택, 오피스텔로까지 확대될 여지도 존재한다.

정부는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투기 세력의 근절을 위해 계속해서 규제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세대란과 같이 ‘규제의 역설’이 반복된다면 다시 한 번 규제의 실효성과 도입 시기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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