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시장 ‘치킨게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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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시장 ‘치킨게임’ 시작됐다
  • 신승엽 기자
  • 승인 2020.08.1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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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제외 매년 공장 증가, 가격경쟁 심화…건설업계와 납품단가 줄다리기까지
울산의 한 레미콘 공장. 사진=연합뉴스
울산의 한 레미콘 공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레미콘 시장에서 ‘치킨게임(어느 한 쪽이 포기해야 끝나는 경기)’이 벌어지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레미콘 시장은 건설‧부동산의 침체에 따라 지속적으로 출하량이 줄어들고 있다. 반면, 공장은 늘고 있어 전반적인 출하량 감소 여파를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 공급이 확대돼 단가하락까지 발생하는 모양새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의 ‘2019년 레미콘 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지난해 레미콘 출하량은 1억4715만㎥로 전년(1억5573만㎥)보다 5.5% 감소했다. 지난 2018년(10.7% 감소)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가 존재했지만, 다시 한 번 출하량이 줄었다. 

수요는 줄어드는 한편, 공급자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30년간 레미콘 공장이 줄어든 시기는 IMF 위기 직후인 1999년뿐이다. 1998년 728곳에서 708곳으로 20곳이 감소했다. 하지만 2004년(828개)에는 800개를 넘었고, 2010년(909개)에는 900개까지 돌파했다. 이후 2015년에는 1001개를 기록했으며, 지난해는 1083곳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출혈경쟁도 벌어지는 실정이다. 현재 레미콘 단가는 6만원대에 형성됐다. 기준가는 7만원대 중반이지만, 공급자가 많은 만큼 협상테이블에서 건설업계에 주도권을 내준 것이다. 민간 대상 출하량은 1139만㎥으로 77.5%의 비중을 나타낸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비중을 늘려도 민수를 넘기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관에 납품하는 비중은 22.5%(332만㎥)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해 생활밀착형 사회간접자본(SOC) 3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그간 SOC는 도로, 철도 등 경제기반을 주축으로 대형 공사가 주를 이뤘다. 이와 달리 생활 관련 시설을 늘리는 것은 기존의 공급량에 못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주도하는 SOC가 민간에서의 물량을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납품단가는 맞추기 어렵다. 공공입찰제도를 통해 납품할 경우 민간에 판매되는 단가보다 최대 10% 낮은 가격에 판매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민수가 늘어나지 않으면, 시장의 기대치는 더욱 줄어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레미콘 시장이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국적으로 운송사업자들의 운송비가 예상보다 크게 인상됐을 뿐 아니라 건설업체들도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 단가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 모두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발생하며, 회복에 전념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레미콘 시장은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며 “중소업체들의 경우 여력이 남지 않았음에 불구하고, 가격경쟁까지 펼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국 공장 가운데 대부분이 현지 기반형 중소업체들로 구성된 만큼 시장 침체는 중소기업계의 전반적인 피해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생활가전, 건자재, 폐기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좌우명 : 합리적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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