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뉴딜펀드에 흔들리는 자본시장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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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뉴딜펀드에 흔들리는 자본시장 질서
  • 황인욱 기자
  • 승인 2020.08.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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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황인욱 기자] 뉴딜펀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재정부담을 야기하는 관제펀드라는 지적에서부터 불완전판매의 전형이란 시선도 있다. 여당이 뉴딜펀드에 혜택을 주는 법안을 마련하자 시장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세율 혜택 등이 터무니없기 때문이다. 뉴딜펀드에 살을 붙이면 붙일수록 자본시장 논리를 무시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주 여당에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뉴딜펀드에 저율과세를 부여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개정안에는 뉴딜 펀드 투자금 3억원까지는 수익금에 5%의 세율을 적용하고, 3억원 초과 투자금에 대해서는 수익금에 14%의 원천징수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행법상 투자금 3억원에 1200만원의 수익금이 발생할 경우 종합소득세 최고세율 42%를 적용 받아 500여만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개정안이 적용되면 뉴딜펀드는 고작 60만원만 내면 된다. 

이광재 의원을 포함해 여당 의원 48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만큼 이 개정안은 사실상 당론 성격을 띄고 있다고 봐야 한다.

날개를 얼만큼 달아줄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뉴딜펀드는 구상안 발표당시부터 생태계를 흐리는 외래종 취급을 받았다. 연 3% 안팎의 수익률 설정과 원금보장 등의 내용이 현재 시장 상황과 동떨어져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고수익에 원금을 보장해주겠다는 ‘선심’은 금융당국이 색출해야 할 ‘불완전 판매’의 전형을 보여준다. 

저금리 시대에 은행 금리 대비 3배나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것도 터무니없지만 펀드 투자처인 신사업의 성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원금보장을 제시하는 자신감도 이해하기 힘들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나랏돈이 저조한 펀드 수익률을 메우기 위해 쓰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금보장을 두곤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자본시장법 57조에 따르면 펀드는 운용 결과에 따라 투자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그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된다는 사실을 알리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한국판 뉴딜의 성공과 국민의 이익을 같이 안고 가겠다는 정부·여당의 발상은 좋지만 국가가 나서 스스로 자본 질서를 와해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각종 규제로 금융당국과 기업은 옥죄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펀드에 온갖 혜택을 버무리겠다는 발상은 도덕적으로도 불편하다.
 

담당업무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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