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엔 몰랐다”… 삼성 바이오의 눈부신 성장 그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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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엔 몰랐다”… 삼성 바이오의 눈부신 성장 그 비결은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0.08.1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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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MO 1위 ‘K바이오’ 선봉 삼성바이오로직스
2010년 이건희 회장 ‘5대 신사업’서 시작한 바이오 사업
2020년 이재용 부회장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꽃 피워
시스템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도 ‘10년 뒤’ 기대감
지난달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점검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지난달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점검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글로벌 바이오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변방에서 ‘키맨’으로 자리 잡은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았다. ‘K바이오’의 선두주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의약품 위탁 생산(CMO)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한 것은 설립 9년째인 올해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바이오 회사로 우뚝 서게 된 것은 하루아침에 된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2010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바이오를 ‘5대 신사업’으로 선정해 삼성의 바이오 사업이 본격화된다. 그리고 1년 뒤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설립된다. 짧게 잡아도 10년이라는 얘기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K바이오’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1조7887억원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전체(3083억원)의 약 6배에 달하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약 51조원으로, 올 상반기에만 22조원 이상 늘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바이오 산업은 이처럼 선제적인 투자에 힘입어 올들어 본격적인 고속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고 본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걸어온 길은 순탄치 못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짧게는 1년 9개월, 길게는 5년여에 걸쳐 검찰의 각종 수사와 압수수색 등을 받아왔다. 검찰은 회사 대표이사에게 구속영장을 두 번이나 청구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은 마비됐다. 대표이사의 검찰의 구속영장은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여전히 검찰의 수사가 종결되지 않아 사법리스크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이오 산업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뚝심’이 주효했다고 본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 이어 아들인 이 부회장은 바이오를 4대 미래성장사업 중 하나로 지정해 180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1일 인천 송도에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25만6000리터)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총 1조7400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제4공장은 5조6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2만7000명의 고용 창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대외 불확실성 속에도 역대 최대 투자는 이 부회장의 과감한 투자 의지에 따라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투자에 나선 시스템 반도체와 미래형 자동차 분야가 바이오처럼 한국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성정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로 올라선다는 로드맵을 담은 ‘반도체 비전 2030’을 지난해 4월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선두주자로 나서겠다는 ‘청사진’으로, 관련 연구개발(R&D) 및 생산시설 확충에 총 133조원을 투자하는 동시에 전문 인력 약 1만5000명을 채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계획에 따라 삼성은 지난해부터 올 연말까지 약 26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투자 속도는 빠르다는 평가다.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투자는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 상반기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의 매출은 총 8조1200억원으로, 반기 기준으로 처음 8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조7900억원)보다 20%나 증가한 수치다.

삼성은 미래형 자동차 분야에서도 반도체 기술의 초격차를 토대로 글로벌 업체들과 공조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독일 아우디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위한 ‘엑시노스 오토 V9’을 공급했고, 올초에는 5G 기술을 적용해 공동 개발한 차량용 통신장비(TCU)를 독일 BMW의 신형 전기차 ‘아이넥스트(INEXT)’에 탑재하기로 계약했다. 이밖에 텔레메틱스용 모뎀, 이미지센서 분야에서도 BMW, 볼보, 현대모비스 등 글로벌 업체들로부터 수주에 성공하며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천안 삼성SDI에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을 만난 데 이어 지난달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아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올초 “기업의 본분은 고용 창출과 혁신·투자다”라고 밝혀 바이오, 시스템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실제 삼성은 2년전 발표한 180조원 투자와 4만명 고용 계획을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 중이다. 삼성은 국내 투자만 130조원을 넘어섰고, 고용은 4만명의 80% 이상을 달성해 약속을 지켜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10년 간 지속적인 투자 결실로 바이오 산업이 ‘제2의 반도체’로 불릴 만큼 앞으로 한국 경제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부회장이 투자하는 시스템 반도체와 미래형 자동차 또한 바이오처럼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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