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속도 낸다지만…공공정비사업 공염불되나
상태바
주택공급 속도 낸다지만…공공정비사업 공염불되나
  • 최은서 기자
  • 승인 2020.08.13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만2천가구 중 53%가 공공정비사업 공급 물량
사전 논의·수요 조사 등 생략돼 출발부터 ‘삐거덕’
공공재건축, 불충분한 인센티브에 주요 조합 ‘선긋기’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내려다 본 서울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내려다 본 서울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정부가 8·4 공급대책을 통해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공공재건축)과 공공재개발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주택 공급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책에서 제시된 서울 등 수도권 총 공급물량에서 공공정비사업(공공재건축·재개발)을 통한 공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민간 참여를 이끌 수 있을지에 물음표가 뜨고 있어서다. 공공재건축의 경우 조합을 유인할 만한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게 중론이다. 공공재개발 대상에는 뉴타운 해제지역이나 정비구역 일몰 구역도 포함돼 있으나, 이미 신축 건물이 다수 들어서 있는 등 정비구역 지정 문턱을 넘기 어려운 곳이 많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8·4 공급대책에서 나온 공급 계획 물량인 13만2000가구 중 53%가 넘는 7만가구가 공공재건축·재개발 물량이다. 사실상 신규 공급물량에서 공공정비사업 물량이 절대적인 셈이다.

이들 물량은 정비사업 조합들과 사전논의나 수요 조사 등이 생략된 정부의 단순 추정치다.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없으면 불가능한 숫자라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정부는 서울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않은 93개 사업장(약 26만가구) 중 약 20%가 공공재건축에 참여할 것을 전제해 5만가구 추가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계산했다. 정부의 낙관과는 달리 강남을 포함한 주요 재건축 단지의 반응은 냉담하다. 늘어나는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해 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하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도 받아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성이 없다며 공공재건축에 선을 긋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단기적으로 실효성이 낮은 정비사업 부문 7만가구를 제외하면 8·4 공급대책을 통한 실질적 공급량은 6만2000가구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공공 재건축 사업은 조합 관점에서 주거환경 저하 우려, 공동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비해 인센티브는 미약하다”며 “정부가 원하는 시기,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물량의 주택공급이 발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서울시는 공공재개발과 관련해선 서울 15곳 이상의 재개발 조합이 참여 의사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공공재개발을 통한 2만가구 확보 역시 현실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종 상향과 용적률 상향, 분양가 상한제 제외 등의 인센티브가 있지만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해 수익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정부는 재개발 조합 참여를 높이기 위해 뉴타운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사업 지연 등으로 해제된 서울내 176개소 등도 공공재개발 사업 추진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 재개발구역 가운데서는 신축건물이 상당수 들어선 곳이 많다. 이 경우 해당 지역이 공공재개발 참여에 적극성을 보이더라도, 건물 평균 노후도 기준 등을 충족할 수 없어 정비구역 지정 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김구철 도시정비포럼 회장은 “주요 재개발 사업장은 대부분 공공재개발에 관심이 없고, 정비구역 해제지역의 경우 공공재개발에 관심을 두지만 해제 이후 대지주들을 중심으로 새건물을 지어 분양하거나 임대에 나섰기 때문에 사업진행이 힘들다”며 “사실상 정부의 공급 목표 물량을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