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년은 '결혼 포기' 절망하는데 '집값 안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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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년은 '결혼 포기' 절망하는데 '집값 안정'이라니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0.08.1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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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정부의 부동산 몰아치기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주말 서울·수도권 곳곳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그런데도 여권에서는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인가' 등의 발언으로 불난 민심에 부채질을 한다. 부동산 대란으로 인한 민심 이반은 결국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야당의 지지율이 여당을 앞지르는 결과로 나타났다. 아니 부동산 대란에 더해 견강부회(牽强附會)식 대응에 대한 반감까지 더해진 결과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수보회의에서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하자 이틀 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도 "지난달 10일 세제 강화 대책 발표 후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0.11에서 0.04 수준으로 하향 안정되는 흐름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하향 안정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부연하고 나섰다. 시민들 체감과는 거리가 먼 발언일 뿐만 아니라 당장 정부 내에서도 다른 말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 수석이 '주택 시장 안정'을 역설하고 있을 때 "집값 과열 양상을 보이는 수도권과 세종 지역에 대해서는 지난 7일부터 진행 중인 경찰청 100일 특별단속과 국세청 부동산거래 탈루 대응 태스크포스의 점검·대응역량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도대체 집값이 안정됐다는 것인가, 과열되고 있다는 것인가. 

분명한 것은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처럼 여름휴가 중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들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의식주 중 '주(住)'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가장 먼저 결혼을 포기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월세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다 전세난에 좌절하는 지인도 있었다.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70만원을 내고 있던 지인 형제는 월세가 아까워 계약 만기를 기다려왔다. 청년전세대출을 받아서 그럴싸한 전셋집을 얻을 수 있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그런데 계약 만기가 다가오던 시점에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전세난이 닥쳤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청년전세대출로는 감당이 안되는 지경이 됐다.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의 세 부담을 높인다는 좋은 취지로 포장됐던 부동산법이 되레 사회 초년생들과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출근하고 있는 신혼부부의 꿈과 희망을 짓밟은 셈이다. 그런데 어느 여권 인사는 제도의 변화는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끝 없는 장마보다 어쩌면 더욱 어두운 시절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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