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전세가 다 놓쳤다…‘규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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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가·전세가 다 놓쳤다…‘규제의 역설’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08.11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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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전세 안정 노렸지만 동반 상승하며 시장 불안
“정부 정책 자체가 방향성 엇갈려…변수 요인도 多”
정부가 부동산 대책과 임대차 3법 등을 통해 매매·임대시장을 동시에 안정시키려 하고 있지만 실상은 매매가와 전세가 모두 불안한 상황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대책과 임대차 3법 등을 통해 매매·임대시장을 동시에 안정시키려 하고 있지만 실상은 매매가와 전세가 모두 불안한 상황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매매·임대시장 동시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정부가 결국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있다. 전세가가 연일 가파른 상승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 ‘똘똘한 한 채’를 중심으로 매매가도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매매가와 전세가를 동시에 잡으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11일 전월세신고제와 다주택자 증세 등을 포함한 부동산 후속법안 등을 국무회의에 상정, 공포했다. 매매시장은 증세 압박으로 다주택자 매물 출하를 유도해 가격 안정을, 임대시장은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을 완성해 전세가 안정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정부의 부동산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추가 세제 인상과 무제한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 표준임대료 등의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를 설치해 시장불안을 최대한 억누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번 대책으로 보유세 부담을 높였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편“이라며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주요 선진국은 예외사유가 없는 경우 무제한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며 “주요 도시에는 표준임대료나 공정임대료 제도 등을 통해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규제로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규제가 계속될수록 매매시장과 임대시장 모두 불안한 모습이다. 

KB국민은행 리브온이 발표한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선도아파트50지수는 전월 대비 3.21% 상승했다. 지난 6월 상승 전환된 이후 2개월 연속 상승세다. KB선도아파트50지수는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매년 선정해 지수와 변동률을 산출하는 통계다. 전체 집값 보다는 주요 지역 ‘대장주’ 아파트의 시세 흐름을 보여준다.

최고가를 경신한 단지도 속출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면적 144㎡는 지난달 25억원(17층)에 거래됐다. 지난 6월 최고가 21억원(5층) 대비 4억원 오른 가격이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20㎡도 지난달 31억원(12층)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가 26억원(6층) 대비 5억원 올랐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도 지난달 35억7000만원(12층)에 거래되며 지난해 10월 최고가(34억원, 16층)을 경신했다.

전세시장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0.14% 상승하며 7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을 기록했다. 전세가 상승률은 점점 가파르게 올라 지난 3일 기준으로는 0.17% 상승, 전주보다도 상승폭을 키웠다.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임대차 3법 통과 직후였던 이달 초만 해도 ‘리센츠’ 전용 84㎡ 전세 시세가 10억5000만~11억원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12억원을 부르는 임대인도 있다”며 “전세를 찾는 예비세입자들도 전세가가 더 오르기 전에 계약을 서두르려는 모양새”라고 귀띔했다.

통상 매매가와 전세가는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매매가가 치고 올라가면 상승 기대감에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를 앞질러 전세가가 주춤하고, 반대로 매매가가 약세를 보이면 추가 하락 우려로 전세수요가 늘어나며 전세가가 상승하는 식이다. 하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은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상승하며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일부 지역은 개발호재 등으로 인한 가격상승 기대감으로 패닉바잉이 이어졌고 임대시장은 임대차 3법이 임대인을 자극하며 전세가 상승이 발생했다”며 “현재 부동산 시장에 변수를 주는 요인이 너무 많아 매매·임대시장 모두 불안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방향성이 엇갈리는 두 정책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매매를 잡으려니 임대가 불안해지고 임대를 잡으려니 매매가 불안해지는 것”이라며 “중구난방식 정책으로는 아무것도 잡지 못한다. 매매와 임대 중 한 곳에 집중해야 뭐라도 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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