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가뭄에 임단협도 난항”…조선업계, 하반기 반등 '빨간불'
상태바
“수주 가뭄에 임단협도 난항”…조선업계, 하반기 반등 '빨간불'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8.10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주 부진한 조선 3社, 여름휴가 전 임단협 타결 실패
현대중, 작년 임단협도 교착…노조는 19일 부분파업 예고 
하반기 분위기 반전 절실한데 노조 몽니 겹쳐 위기감 고조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제공w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에서도 난항을 빚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경우, 노조가 여름휴가 직후 부분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하반기 반등이 절실한 상황에서 노사 갈등에 발목이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575만CGT(269척)로 최근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이후 발주량이 가장 적은 2016년 상반기(766만CGT·423척)에 비해서도 25%나 줄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42% 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올해 유독 발주량이 급감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확실성 탓에 글로벌 선주들이 선박 발주를 미루고 있어서다. 발주 자체가 줄어들면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가 절반이나 지났지만, 조선 3사는 연내 수주목표치의 10~20%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문제는 하반기 반등이 절실한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조선업계에선 하계휴가 이전에 임금 협상을 끝내고 휴가를 떠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조선 3사는 올 들어 지지부진한 교섭 탓에 여름휴가 전 임단협 타결에 모두 실패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임금협상을 벌써 1년 넘게 끌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5월 임금협상 상견례 이후 1년 3개월 동안 60여 차례가 넘는 교섭을 벌였으나 여전히 평행선을 걷고 있다. 지난해 5월 말 회사의 법인분할(물적분할) 과정에서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징계와 해고,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어서다.

회사는 협상을 매듭짓기 위해 지난달 중순 노조에 현안 관련 절충안을 제시했다. 노동위원회 구제 신청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해고자 4명에 대해 순차적으로 재입사 등을 논의하고, 징계받은 조합원 1415명은 향후 인사나 성과급 등에 불이익이 없도록 협의하자는 내용이다. 손해배상의 경우 총 피해금액 90억원 가운데 한마음회관 불법점거에 따른 피해금 10억원만 청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조는 조건 없이 모든 현안문제를 해결해야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휴가 이후 교섭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휴가 직후인 오는 19일에도 3시간의 부분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번 파업은 올해 들어 여섯 번째로 진행되는 전체 조합원 부분파업이다. 휴가 후에도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을 포함해 2년치 임단협을 동시에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여름휴가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담화문을 내고 “코로나19 사태로 수주 물량 급감 충격이 이미 시작됐고 향후 그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직 미래를 위해 노사 모두 한곳을 바라보고 함께 달려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이 단기간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노사 간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 추석 연휴 전 임단협 타결도 쉽지 않다”면서 “상반기 수주 가뭄에 시달린 조선사들이 하반기 반등을 위해서라도 노사 간 임단협 타결을 조속히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