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중장년층 유리한 ‘청약 시장’ 지적
“빡빡한 소득기준, 금수저 위한 공급 방안”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8·4 부동산 대책 이후 세대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정부가 청년층에게 보다 많은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반면 청년층은 중장년층에게 유리한 청약제도에 대해 쓴 소리를 내뱉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공급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청년·생애최초 특별공급 확대가 주된 내용이었던 7·10 부동산 대책에 이어 청년층을 향한 공급의지를 다시금 공언한 셈이다.
대표적으로는 청년·신혼부부 공공분양이 있다. 정부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하고 층수를 최대 50층까지 허용하는 조건으로 기부채납을 받을 예정이다. 기부채납을 통해 확보한 주택 중 50%는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분양으로 활용된다.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부지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유휴부지도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공급물량으로 책정됐다. 정부는 과천청사, 서울지방조달청, 국립외교원 유휴부지 등 정부 소유 부지로 공급되는 물량을 최대한 청년·신혼부부에게 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중장년층은 역차별을 토로하고 있다.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소외감을 숨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부는 정부가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를 끊었는데 책임은 중장년층에게 전가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권모(50대·서울 동대문구)씨는 “10년을 넘게 청약 저축을 부어왔던 만큼 부동산 시장에서 소외됐다는 생각을 쉽게 떨칠 수 없다”면서 “정부가 대출 규제 등으로 청년층이 내 집 마련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었는데 왜 피해는 우리(중장년층)가 봐야 하나”라고 일갈했다.
청년층은 그간 청약 시장에서 소외됐던 문제에 대해 비판했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과 통장 가입기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두 항목의 만점 요건(15년)만 채워도 전체(84점)의 절반 이상인 49점을 확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청년층의 보유 가점은 20~30점대에 불과하다.
이는 청년층이 전용 84㎡ 초과 주택형에 기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공급되는 전용 85㎡ 초과 민영주택의 경우 50%를 추첨제 방식으로 선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제 지난달 분양한 ‘노원 롯데캐슬 시그니처’의 전용 97㎡형에는 14가구 모집에 8360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597.1대 1에 달했다. 같은 달 공급된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도 전용 85㎡를 초과하는 5개 주택형에서 평균 9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놓고도 계층 간 갈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에서 나오는 공공분양 물량 일부를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빡빡한 소득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집값의 20~40%를 먼저 내고 임대 형식으로 장기간 거주하며 남은 지분을 분할 취득하는 방식이다. 다만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30%(2인 가구 기준 569만원) 이하만 신청할 수 있다. 자산 자격도 부동산 2억1550만원 이하, 자동차 2764만원으로 제한됐다.
이모(30대·서울 성동구)씨는 “맞벌이 부부는 140%(613만원)까지 소득기준을 완화한다고 하지만 이 마저도 너무 까다로운 조건”이라면서 “정부가 생각하는 진짜 서민의 기준을 모르겠을 뿐더러 소득은 적고 현금이 많은 소위 금수저에게만 유리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