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이 ‘편가르기’…세대 갈등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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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이 ‘편가르기’…세대 갈등 키운다
  • 전기룡 기자
  • 승인 2020.08.09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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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부동산 대책에 중장년층 ‘소외감’ 토로
청년층·중장년층 유리한 ‘청약 시장’ 지적
“빡빡한 소득기준, 금수저 위한 공급 방안”
8·4 부동산 대책 이후 세대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8·4 부동산 대책 이후 세대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8·4 부동산 대책 이후 세대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정부가 청년층에게 보다 많은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반면 청년층은 중장년층에게 유리한 청약제도에 대해 쓴 소리를 내뱉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공급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청년·생애최초 특별공급 확대가 주된 내용이었던 7·10 부동산 대책에 이어 청년층을 향한 공급의지를 다시금 공언한 셈이다.

대표적으로는 청년·신혼부부 공공분양이 있다. 정부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하고 층수를 최대 50층까지 허용하는 조건으로 기부채납을 받을 예정이다. 기부채납을 통해 확보한 주택 중 50%는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분양으로 활용된다.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부지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유휴부지도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공급물량으로 책정됐다. 정부는 과천청사, 서울지방조달청, 국립외교원 유휴부지 등 정부 소유 부지로 공급되는 물량을 최대한 청년·신혼부부에게 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중장년층은 역차별을 토로하고 있다.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소외감을 숨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부는 정부가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를 끊었는데 책임은 중장년층에게 전가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권모(50대·서울 동대문구)씨는 “10년을 넘게 청약 저축을 부어왔던 만큼 부동산 시장에서 소외됐다는 생각을 쉽게 떨칠 수 없다”면서 “정부가 대출 규제 등으로 청년층이 내 집 마련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었는데 왜 피해는 우리(중장년층)가 봐야 하나”라고 일갈했다.

청년층은 그간 청약 시장에서 소외됐던 문제에 대해 비판했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과 통장 가입기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두 항목의 만점 요건(15년)만 채워도 전체(84점)의 절반 이상인 49점을 확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청년층의 보유 가점은 20~30점대에 불과하다.

이는 청년층이 전용 84㎡ 초과 주택형에 기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공급되는 전용 85㎡ 초과 민영주택의 경우 50%를 추첨제 방식으로 선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제 지난달 분양한 ‘노원 롯데캐슬 시그니처’의 전용 97㎡형에는 14가구 모집에 8360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597.1대 1에 달했다. 같은 달 공급된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도 전용 85㎡를 초과하는 5개 주택형에서 평균 9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놓고도 계층 간 갈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에서 나오는 공공분양 물량 일부를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빡빡한 소득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집값의 20~40%를 먼저 내고 임대 형식으로 장기간 거주하며 남은 지분을 분할 취득하는 방식이다. 다만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30%(2인 가구 기준 569만원) 이하만 신청할 수 있다. 자산 자격도 부동산 2억1550만원 이하, 자동차 2764만원으로 제한됐다.

이모(30대·서울 성동구)씨는 “맞벌이 부부는 140%(613만원)까지 소득기준을 완화한다고 하지만 이 마저도 너무 까다로운 조건”이라면서 “정부가 생각하는 진짜 서민의 기준을 모르겠을 뿐더러 소득은 적고 현금이 많은 소위 금수저에게만 유리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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