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료계 집단행동 실행”…정부-의료계 자존심 싸움 시작됐다
상태바
“법의료계 집단행동 실행”…정부-의료계 자존심 싸움 시작됐다
  • 김동명 기자
  • 승인 2020.08.09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OECD에 비해 의사 수 턱없이 부족…지방 편차도 커”
의료계 “내실화 없는 교육에만 목매…건강보험 재정 고갈될 것”
오는 14일 대한의사협회 총파업 감행 시 동네의원까지 참여
전공의 집단휴진이 벌어진 지난 7일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입구에 환자들에게 양해를 부탁하는 호소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공의 집단휴진이 벌어진 지난 7일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입구에 환자들에게 양해를 부탁하는 호소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강력히 반발하는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지난 7일 24시간 의료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오는 14일에는 개원의를 중심으로 총파업을 앞두고 있어 범의료계와 정부간의 팽팽한 기싸운이 본격 시작됐다.

대학병원의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의 집단휴진이 별다른 의료대란 없이 끝났지만 앞으로 예고된 파업의 경우 동네의원들까지 참여하게 돼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 의료계 집단행동은 2000년 의약분업 반대 운동, 2014년 원격진료 반대 이후 역대 세 번째로 강행된 의료계 파업이다. 집단행동이 본격화되기 전날인 6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데 이어 오후에는 김강립 차관이 직접 대한전공의협의회 임원진을 따로 만나 집단휴진 계획 재고를 요청했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다.

이들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첩약 급여화, 공공의대 신설, 비대면 진료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3일 2022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고, 이 가운데 3000명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해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복무하는 지역의사로 육성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나머지 1000명 중 500명은 역학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 등 특수 분야 인력으로, 다른 500명은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인력으로 충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내세운 정책의 기초는 우리나라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논리에서 나왔다. OECD 평균은 의사 수는 16만명이지만 국내 의사 수는 약 13만명이기 때문에 단순비교만해도 절대적인 차이가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또 지역별로 서울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3.1명인데 비해 경북은 1.4명, 충남은 1.5명 등에 불과해 지역 편차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전문의 10만명 가운데 감염내과 전문의는 277명, 소아외과 전문의는 50명도 되지 않을 정도로 필수 진료과목의 인력 부족 현상도 심각하다고 복지부는 지적한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확대하려는 것”이라며 “특히 이번 대책은 부족한 지역의사 인력을 확충함으로써 수도권과 지역 간의 의료 서비스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범의료계는 정부가 현업에 종사하는 의료인력 또는 의료계와 충분한 대화를 거치지 않고 오로지 빠른 행정 처리에만 급급한 졸속행정을 보여주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불과 2년 전 정원 50명의 서남대 의대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해 폐교시켜 의대생의 교육권을 앗아간 나라가 의학 교육 내실화 대책 없이 포퓰리즘적 정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 명의 의사를 키우는데 약 2∼3억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의사 증원을 위해서는 1조원 이상의 세금을 들여야 한다”면서 “이는 의료(구조)를 더 왜곡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고갈시키는 자승자박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2일 정오까지 정부의 개선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경우 파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1차 파업 후에도 정부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다면 2, 3차 파업도 고려하고 있어 자칫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담당업무 : 제약·바이오, 병·의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즐기려면 우선 관심을 가져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