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들 여름휴가도 경영구상 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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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CEO들 여름휴가도 경영구상 몰두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0.08.0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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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금융그룹 회장 다수 휴가 계획 못 정해
코로나19·금융환경 악화 등에 대응 전략 고심

[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한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금융권 CEO들이 여름휴가 기간 동안 하반기 경영 방향을 구상하는 데 몰두할 전망이다. 7~8월경 대부분의 휴가 계획을 잡은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분의 금융권 수장들이 여름휴가 일정을 확정하기 못하거나 조용히 하반기 경영전략을 구상하며 보낼 예정이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아직 여름휴가 일정을 정하지 못했으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 가족들과 짧은 국내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해 폭염 가운데 농가를 방문한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휴가 일정도 미정이다.

특히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하반기 경영 구상을 위해 휴가를 반납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해에도 휴가를 반납하고 업무에 전념한 바 있어 올해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지연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인수 작업으로 인해 휴가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아직 구체적인 휴가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이번 주부터 휴가에 들어간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자택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손병환 NH농협은행장은 이달 중순 휴가를 떠나 농촌 지역을 돌아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금융권이 조용한 휴가철을 보내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휴가를 떠날 수 있는 물리적 여건이 제한될 뿐 아니라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여러 악재에 대응해 전략을 점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주요 금융지주들은 코로나19 사태와 사모펀드 대란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비은행 부문 실적 호조 등에 힘입어 선방했다.

하나금융은 상반기 1조34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해 시장 전망치를 18% 상회하는 깜짝 실적을 보여줬다. KB금융과 신한금융도 상반기 각각 1조7133억원, 1조805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로는 다소 감소했지만 시장 전망치를 넘어섰다. 증권, 카드,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 실적 개선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증권 계열사 부재 등 영향으로 비은행 실적 성장 효과가 제한적이었고 충당금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배 규모로 설정하는 등 미래 위험에 대비한 비용이 크게 늘어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대비 44% 감소한 6605억원에 그쳤지만 환경 영향을 고려할 때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반기는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금융권은 4분기 이후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은행들은 올 상반기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저금리 기조로 이자수익이 감소한 데다 연이은 사모펀드 사고로 비이자수익 상품 판매까지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또한 대출 규모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로 대출 부실화와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상환 유예 등 각종 여신지원 정책으로 버티고 있던 개인·기업들의 완충 효과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등으로 경제와 금융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진 휴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휴가를 떠난다 해도 하반기 경영전략을 세우는 데 몰두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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