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하는 강북 일대… “개발 청사진 어그러지고 임대주택만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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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하는 강북 일대… “개발 청사진 어그러지고 임대주택만 잔뜩”
  • 최은서 기자
  • 승인 2020.08.0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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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청원 나서는 용산·노원·마포…“강북이 동네북이냐”
강남은 중규모 이상 빠진 반면 강북에 대규모 주택공급
정부가 8·4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신규택지 발굴로 3만3000가구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용산 정비창 일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8·4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신규택지 발굴로 3만3000가구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용산 정비창 일대 전경.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정부가 서울 용산 정비창 부지, 노원구 태릉골프장 등 신규 택지를 발굴해 3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히자 강북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강남 일대는 중규모 이상의 공급이 빠진 반면 용산구, 노원구, 마포구 등에서 대규모 택지 공급이 예고되자 강남권에서 시작된 부동산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데 왜 강북을 희생시키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8·4 공급 대책 발표 이후 강북을 중심으로 공공 임대주택이 대거 들어서는 것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공급 대책에서 유력하게 거론됐던 강남권 일부 부지는 개발 연계 등을 이유로 제외됐고, 그린벨트도 강북만 해제되는 셈이어서 ‘강북이 동네북’이라는 성토가 나온다.

이번 공급계획에서 포함된 용산구의 경우 용산정비창 부지에 이어 용산 캠프킴까지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될 계획이다. 용산은 서울 중심부 입지로 업무·상업 기능에 적합하다고 평가돼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계획했지만, 이번 공급 대책으로 청사진이 다 어그러졌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정부의 공급대책 발표 이후, 용산이 지역구인 권영세 미래통합당 의원은 본인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용산정비창 부지 절반 가까이가 주거용으로 바뀌면 국제업무지구는 허울만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용산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10분만 이동하면 대한민국 금융중심지 여의도와 인접해 있어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다”며 “전 세계가 홍콩을 떠나는 글로벌기업과 회사를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정부는 기회를 날려 버리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노원구는 태릉골프장 부지에 1만가구 건립계획이 발표되자 인근 주민들이 즉각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오는 9일 롯데백화점 노원점 정문에서 태릉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키로 한 것이다.

주민들은 강남 지역의 그린벨트는 그대로 두고 강북 그린벨트만 해제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문을 보내 태릉골프장을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면 노원구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정부 공급 계획에 반대를 표명했다.

마포구 주민들도 이번 공급대책 발표 이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상암DMC 미매각 부지까지 포함된데다, 임대 주택 비중이 47%에 달하는 상암동에 이번 대책으로 6200가구가 더 들어서게 되기 때문이다.

상암DMC 미매각 부지는 상암 랜드마크 빌딩 부지로 133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계획이 있었지만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태다. 주민들은 상암DMC 내 중심상업지로, 개발이 이뤄지면 서북권 중심의 디지털 창조도시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번 계획은 ‘청천벽력’이라는 반응을 내놓는다.

유동균 마포구청장도 “마포구 상암동은 국내 IT·미디어산업의 메카로 조성하기 위해 개발된 만큼 이번 발표는 미래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할 부지까지 주택으로 개발하는 것이라 결코 수용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공급계획엔 강남 일대도 포함되긴 했지만 서초구 조달청(1000가구), 국립외교원 부지(600가구) 등 강북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더욱이 서울 강남 일대는 유력 택지 후보지로 꼽혔던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이 제외됐다. 잠실 마이스(MICE) 개발과 연계해 용도전환 여부를 추후 검토한다는 이유에서다. 신규택지로 후보로 언급됐던 MICE 유휴부지와 개포동 SH공사부지, 개포동 구룡마을 부지 등도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강북 지역 반발을 단순히 공공임대주택을 기피하는 님비현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용산 정비창은 입지상 중심업무지구로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상암DMC도 당초 방송·문화 사업을 집약, 문화콘텐츠 메카로 육성되던 곳”이라며 “강·남북 형평성 문제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서울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확장·활용될 수 있는 입지가 대규모 주택 공급 부지로 활용돼, 장기적 도시 경쟁력을 저하·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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