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품 생산보다 효율성 높은 ‘라이선스 아웃’…“K-바이오 판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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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제품 생산보다 효율성 높은 ‘라이선스 아웃’…“K-바이오 판 흔들다”
  • 김동명 기자
  • 승인 2020.08.0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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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독일 머크와 1조원대 기술 수출 계약 체결
신약개발 비용과 리스크는 낮추면서 성공확률은 높여
유한양행에 이어 최근 한미약품도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 후보물질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을 성사시키면서 완제품 생산보다 효과적인 ‘라이선스 아웃’ 비즈니스 모델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제공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최근 한미약품이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를 개발·제조 및 상용화하는 기술을 거액에 ‘라이선스 아웃’ 하면서 최종적인 완제품 생산보다 효과적인 기술 수출 전략에 대한 관심도가 뜨거워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급부상한 ‘K-바이오’ 위상을 등에 없고 R&D 성과는 높지만 제품 생산 및 유통 능력이 다소 낮은 중소제약사에서도 라이선스 아웃이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 MSD(머크)에 ‘HM12525A(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NASH 치료제로 개발해 상용화하는 기술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최대 8억6000만달러(약 1조원)에 달하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빅딜’이다.

HM12525A는 한미가 내세우는 약효지속 기반 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가 적용된 ‘LAPSGLP/글루카곤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다. 이는 인슐린 분비 및 식욕 억제를 돕는 GLP-1과,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작용 기전이다.

더욱이 NASH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발생하는 간염으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허가를 받은 치료제는 없는 상태다. 이에 국내를 비롯한 수많은 제약사들이 최초 NASH 치료제 개발을 위해 고군분투를 펼치고 있다.

삼일제약은 작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NASH 치료제 후보물질 ‘아람콜’의 국내 임상 3상을 승인받았고, 휴온스는 ‘HL정’의 임상 2상을 2015년에 완료하면서 NASH 치료제 개발에 대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NASH 치료제와 대형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한 대표 국내 제약사로는 유한양행을 꼽을 수 있다. 유한양행은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개발사로 알려진 길리어드사이언스와 지난해 해당 치료물질과 관련한 기술을 7억8500만달러(약 8823억원)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같은 해 베링거잉겔하임과도 GLP-1과 FGF21의 활성을 갖는 이중작용제인 ‘YH25724’를 최대 8억7000만 달러(약 1조50억원)에 수출하는 대형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YH25724는 애초 당뇨와 비만치료제로 개발되다가 2016년부터 NASH로 빠르게 전략을 바꾼 케이스다.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신약 물질은 제넥신의 long-acting(HyFc) 기술이 접목된 융합단백질(fusion protein)로, 바이오 의약품 관련 첫 번째 사업 협력일 뿐 아니라 NASH를 치료 목적으로 하는 국내 최초 바이오 의약품 기술수출 사례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들이 직접 자신들이 개발한 신약 물질들을 생산하기보다 기술 수출형태인 라이선스 아웃을 선택하는 이유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들어가는 신약개발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약 개발 플랫폼의 경우 여러 기업과 계약 체결이 가능해 실패확률이 높은 신약 상용화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 실적 기반까지 함께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는다.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의 개발 협력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인정한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K-바이오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각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단순히 전 과정을 모두 수행해 신약 생산까지 이끌어 낸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성공확률이 10%도 안 되는 개발 과정과 수 조원이 투입될지도 모를 임상과정까지 한 회사가 담당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과 국내 제약사 간의 기술 계약건들은 확실히 업계차원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사례들이라고 평가할만하다”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제약·바이오, 병·의원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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