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빼고 다 오른다...불안이 키운 자산시장 '위험한 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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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빼고 다 오른다...불안이 키운 자산시장 '위험한 랠리'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8.0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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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2개월만에 2300 돌파...금값은 역대급 행진
부동산·가상화폐까지 '꿈틀'…유동성이 만든 금융리스크
5일 코스피가 1% 넘게 상승해 2310선을 돌파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장을 마친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5일 코스피가 1% 넘게 상승해 2310선을 돌파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장을 마친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자산시장이 들끓고 있는데 달러만 맥을 못추고 있다. 

달러약세가 지속되자 외국인 자금이 지속 유입된 국내 증시는 날개를 달았다. 급기야 코스피 지수는 올해 처음 2300선을 돌파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1.40% 상승한 2311.86으로 마감에 마감했다. 이로써 지난 2018년 10월 4일(장중 고가 2,311.06)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처음 2300선을 넘어섰다.
  
한때 '안전한 피난처'로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았던 달러는 자산시장에서 홀로 찬밥 신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달러 사재기’ 움직임이 강했던 지난 3월 말의 고점(102.99) 대비 약 7% 내려앉았다.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국 통화와 비교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달에만 4.1% 급락했다. 월간 기준으로 2010년 9월(-5.4%)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본격적인 돈 풀기에 나서면서 달러만큼은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주식시장 외에도 금, 은, 원유 등 주요 상품자산 가격도 오름세가 뚜렷하다. 시장에서 ‘달러만 빼고 다 오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근월물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했다. 이와 함께 국제은값도 이날 온스당 1.611달러(6.6%)상승, 26.028달러로 마감했고, 지난 7월에만 34% 급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과 은은 세계 경제가 불안정할 때 주식·채권 대안을 모색하는 투자자들이 찾는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40달러를 뛰어넘은 상황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의 원유 및 휘발유 재고 감소 전망에 따라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68%(0.69달러) 오른 배럴당 41.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마크 헤펠레 UBS글로벌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이 계속 돈을 찍어내면서 달러 가치는 떨어지고, 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주식 채권 금 은 등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구분 없이 몰려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코로나19 창궐 이후 미 연준(Fed)은 고강도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돈을 무한정 찍어내서라도 경기침체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M2(총통화)는 지난 넉 달 동안 3조달러 급증했다. Fed에 따르면 지난 3월 15조8350억달러였던 M2는 지난 6일 기준 18조5220억달러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는 1조~3조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추진 중이다. 미 정부가 추가 재정 투입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Fed가 이를 매입하면 시중에 그만큼 돈이 더 풀린다. 달러 가치는 그만큼 하락할 거란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지난 21일 7500억유로(약 1030조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한 것도 달러 하락에 영향을 줬다. 투자은행 JP모간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글로벌전략가는 “그간 EU 경제에 부족했던 안정감을 준 조치”라며 “투자자들이 (미국 대신) 유럽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구분하지 않고 자금이 몰리는 이유로 초유의 통화·재정정책으로 시중 유동성이 사상 최대로 불어난 것이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이처럼 금융 자산들의 가격은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경기 침체의 골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불어난 유동성으로 인해 자산시장 버블 우려도 팽배하다.

실제 달러를 제외하면, 금부터 부동산과 주식은 물론 최근에는 가상화폐까지 다시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는 등 거의 모든 자산이 몸값을 높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 한국은행의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불황의 그늘이 더욱 짙어지면서 일각에서는 금융발 스테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전 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3.3%까지 고꾸라졌다. 이는 외환위기 한파가 몰아닥쳤던 1998년 1분기(-6.8%)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수출이 16.6% 급감하며 197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한 여파가 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면서 안전 자산을 중심으로 금융권에 돈이 몰리는 모습"이라며 "전반적인 경기는 침체가 심화하고 있음에도 금융 자산의 가치만 눈에 띄는 상승세를 이어가는 추세는 금융 리스크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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