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급 대책에 자치구 '항명' 확산…“사전협의 전혀 없어”
상태바
정부 공급 대책에 자치구 '항명' 확산…“사전협의 전혀 없어”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08.05 15: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원·마포구, 공식 항의…지역주민들 여론 악화
타 자치구로 반발 확산…“계획 보고 결정” 신중론도
정부가 국공유지 및 유휴지 등에 주택을 대거 공급하겠다고 밝히자 서울시내 자치구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35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인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부면허시험장 부지.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대책에 대한 반발이 서울 내 자치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안대로 공공주택을 대거 공급할 경우 기반시설에 비해 인구가 지나치게 과밀화돼 주거쾌적성이 떨어진다 것이다. 이미 마포구와 노원구 등이 반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아직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자치구들도 입장 표명을 고려하고 있다.

마포구는 5일 상암동 신규택지 개발과 공공기관 유휴부지를 활용한 정부의 6200가구 공급 대책에 대해 반대를 표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일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과 상암 DMC 미매각 부지(2000가구), 상암자동차 검사소(400가구), 상암동 견인차량 보관소(300) 등을 활용해 마포구에 총 62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에 대한 항명은 다른 자치구에서도 터져 나왔다. 노원구는 대책 발표 당일 “노원구는 주택의 80%가 아파트로 이뤄져 있어 한국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한 곳”이라며 “주차난과 교통체증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충분한 생활기반시설 없이 또 주택을 공급하면 노원구는 완전히 배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노원구는 태릉골프장에 1만 가구의 공공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역주민도 가세했다. 노원구 주민은 오는 9일 노원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태릉골프장 개발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정부가 태릉골프장에 주택대신 공원 등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해 지역주민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은 다르지만 자치구나 주민이 요구하는 사항은 대동소이하다. 집값상승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지역주민을 희생양으로 쓰지 말라는 것이다.

용산구 주민 A씨는 “정비창 부지에 8000가구가 들어온다고 했을 때부터 안 그래도 기반시설이 부족해 주거쾌적성이 나빴는데 주민들 사이에서 이러다가 슬럼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며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할 때 당연히 생활기반시설 공급 대책도 함께 발표해야하는 것 아니냐. 정부가 탁상공론 끝에 졸속으로 정책을 발표했다. 현장 목소리도 좀 들으면서 신중하게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용산구에는 1만 가구나 넘는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정비창 부지에 1만 가구, 캠프킴 부지에 3100가구 등이다. 앞서 지난 5월 정비창 부지에 8000가구가 공급된다고 사전에 발표됐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공급량이 5100가구나 늘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정비창 부지는 당초 국제업무지구로 검토됐던 지역인 만큼 주거시설만 들어차면 곤란하다. 상업시설이나 근린생활시설 등과 어우러질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안이 나오면 내용을 검토해본 후 입장 발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자치구들도 입장 표명을 고심 중이다. 서울시내 한 자치구 관계자는 “다른 구가 주민 의견을 수렴해 입장을 발표한 만큼 우리 구도 현재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정부가 사전협의나 통보 없이 대책을 발표해 당황스럽다”고 귀띔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