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한계’·ARM ‘매각’…반도체 시장 요동에 삼성 행보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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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한계’·ARM ‘매각’…반도체 시장 요동에 삼성 행보 ‘주목’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8.0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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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7나노 CPU 출시 연기…미세공정 한계 고백
펩리스-파운드리 연계로 반도체 시장 재편…매물로 나온 ISA 강자 ARM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으로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모습.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캡처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모습.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캡처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인텔은 최근 최신 CPU 출시 연기를 선언했고, 모바일용 기초 설계도 격인 명령어아키텍처(ISA) 시장을 장악한 영국의 ARM이 매물로 나왔다.

기존 사업방식이 해체되고 새로운 가치사슬(value chain)이 형성되고 있는 모양새다.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기업들에서 잇따라 대형 이슈가 터져 나오자 삼성전자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2분기 실적발표에서 미세공정 기술의 한계를 털어놨다. 7나노미터(nm) 중앙처리장치(CPU) 출시가 당초 계획보다 6개월 늦은 2022년 말 또는 2023년 초에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외주 생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 일각에선 인텔이 종합반도체(IDM)에서 팹리스(반도체 설계)로의 기업 전향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주요 제품은 그간 자체생산을 고집했지만, 고도화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술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다. 인텔은 7나노 CPU 연기 요인으로 공정 수율 문제를 꼽기도 했다.

대만 현지 언론(공상시보)에선 인텔이 TSMC에 6나노 반도체 관련 위탁 생산을 의뢰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웨이퍼 18만장 규모의 대형 주문이다. TSMC는 올 2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 기업으로, 삼성전자보다 한 단계 더 앞선 미세공정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TSMC의 기술력은 팹리스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미국 팹리스 기업 AMD가 대표적이다. AMD는 그간 CPU 분야에서 인텔에 늘 뒤처진 기업으로 평가받아왔다. AMD는 인텔의 아성에 밀려 2012년 20달러하던 주가가 1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파산’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TSMC와 손잡고 지난해 7나노 CPU 제작에 성공, 인텔보다 앞선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며 반등에 성공했다.

AMD는 인텔과 같이 IDM으로 시작했으나, 경영 어려움을 겪고 파운드리 분야를 GF란 이름으로 2009년에 분사했다. 이때의 선택이 현재의 차이를 만든 셈이다. 인텔이 이번에 7나노 공정의 한계를 고백하면서 AMD와 같은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인텔과 함께 세계 종합반도체기업(IDM)의 양대 축으로 꼽힌다. 팹리스·파운드리·메모리 등 반도체 산업에 속하는 모든 부문을 진행하고 있다. 메모리 분야 세계 1위·파운드리는 2위를 차지한다. 메모리는 40% 이상, 파운드리는 18.8%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선 전체의 약 4% 점유율에 그친다. 이 분야 절대 강자는 22%를 점유하는 인텔이다. 미세공정에선 한계가 드러났지만 팹리스 경쟁력은 아직 견고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비전 2030'을 진행하며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팹리스 분야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단 포부다.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흔들리는 인텔을 제치고 미세공정 기술까지 확보한 IDM 기업이 된다. 삼성전자는 평택 반도체 3공장(P3) 건설하는 등 파운드리 분야에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어 소프트뱅크가 매물로 내놓은 ARM 인수에도 참여할지 관심이 쏠린다. ARM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퀄컴·애플·하이실리콘 등에 모바일용 반도체의 기초 설계도인 ISA를 판매하고 있는 팹리스 기업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90% 이상이 ARM의 ISA에 기반으로 제작된다. 현재 엔비디아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삼성전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ARM이 엔비디아 품에 들어간다면 특허를 폐쇄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같은 모바일 AP 사업에 타격이 올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한다면 단숨에 팹리스 분야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ARM의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ARM의 가격이 320억달러(약 38조2112억원) 이상으로 거론되는 만큼 사업 연관성이 크지 않은 삼성전자가 인수에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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