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돈이 되는 시대 개막...금융사 vs 빅테크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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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돈이 되는 시대 개막...금융사 vs 빅테크 승자는?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8.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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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카드·증권사 잇단 출사표...데이터 신사업 창출 노려
네이버·카카오 수천만 고객 데이터 앞세운 경쟁 우위 기대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행되면 여러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자신의 신용정보를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사진=신용정보원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행되면 여러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자신의 신용정보를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사진=신용정보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데이터 경제가 금융업과 접목된다. 바야흐로 마이데이터 시대다. 이제는 금융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이 반드시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같은 금융회사일 필요가 없다. 앞으로는 뛰어난 데이터 분석능력을 갖춘 비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자도 상품을 만들 수 있다. 기존 금융권에게도 데이터가 개방된다는 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은행들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한 준비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포함한 핀테크 업체와의 한판 승부가 예고된 가운데 은행만 할 수 있는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마련해 조만간 펼쳐질 ‘데이터 기반 금융업’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에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건 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1일 디지털금융부 안에 데이터사업부를 별도로 설치하는 조직 개편을 했다. 데이터 분석·마케팅 전문가인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를 디지털금융부문장(부행장급)으로 앉혔다.

데이터사업부가 각 부서의 데이터 사업 관련 기획·분석·솔루션 개발·마케팅을 총괄하고, 마이데이터 사업도 맡을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연말 연초가 아닌데도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은 은행이 그만큼 데이터 기반 금융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앱 ‘쏠(SOL)’의 자산관리 서비스인 ‘MY자산’을 개선하기 위한 12개 과제를 수행 중이다. 마이데이터 제휴사를 뽑고, 컨설팅을 받기 위한 공고도 조만간 낼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도 각각 마이데이터 사업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컨설팅 업체를 뽑는 작업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데이터 분석역량’이 마이데이터 사업의 핵심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하나금융융합기술원과 손님빅데이터센터가 중심이 돼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개인자산관리 강화와 포용금융 강화를 양대 축으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윤진수 KB금융지주 데이터총괄 전무는 “기존 공급자 중심 서비스를 개인 중심으로 정교화·고도화한 업체가 마이데이터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라며 “온·오프라인과 계열사별로 나눠 제공하던 서비스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면 기존 금융사들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최근 신성장동력 확보에 열을 올리는 카드사도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에 분주하다. KB국민카드는 KB금융그룹의 통합 멤버십 플랫폼인 ‘리브메이트’를 활용해 서비스를 추진한다. 신한카드는 최근 ‘MyData 사업추진단’을 구성했고 삼성카드 역시 올해 초 빅데이터 조직을 확대하는 등 마이데이터 관련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증권사는 그동안 핀테크 활용 등 금융혁신에서 은행이나 카드사에 비해 혁신속도가 떨어진단 평가를 받아왔지만 마이데이터 사업 만큼은 이들 못지않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지난 5월 진행한 마이데이터 라이선스 사전 수요 조사엔 증권사만 17곳이 몰렸다. 대형사 뿐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도 마이데이터 사전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빅데이터 기반 정보제공 서비스' 업무를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해당 내용은 ▲빅데이터 가공·분석으로 생성된 빅데이터 셋의 판매 ▲AI(인공지능) 솔루션·서비스의 공동개발 및 사업화 ▲AI 알고리즘 제공 등이다.

하나금융투자는 AI 기반의 개인화된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2018년 7월 국내 증권사 중에선 최초로 빅데이터 분석 자회사인 '데이터애널리스틱랩'을 출범시키고 100억원을 출자했다. 

애초부터 데이터 강자로 군림해온 빅테크의 입지 변화도 주목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금융부터 쇼핑, 개인 관심사까지 수천만명의 이용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사업 우위를 점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데이터 수집능력과 활용방법 차별화가 마이데이터 사업 경쟁력의 핵심일 거란 점도 빅테크사들에겐 경쟁 우위 요소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이미 각각 2000만명, 1200만명의 이용자를 자사 지급결제(페이먼트) 서비스를 통해 확보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간편결제 사업을 확대하면서 정보의 양을 늘린다. 향후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개인의 예·적금이나 카드, 보험 등의 정보를 분석해 대출 상품 추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대비한 구체적인 사업 전략은 검토 중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대표적인 플랫폼을 보유한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를 통해 가장 경쟁 우위가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단순히 계좌통합조회 서비스가 아닌 다른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경쟁력을 갖춰야만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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