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공급 대책]예상 뛰어넘는 파격적 공급…실효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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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공급 대책]예상 뛰어넘는 파격적 공급…실효성은 의문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08.04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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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건축 기대수익률 90% 이상 ‘환수’
민간참여 없으면 5만 가구 공급은 ‘허수’
정부가 13만2000가구에 달하는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제때 공급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의 구축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13만2000가구에 달하는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나섰지만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인 7만 가구를 차지하는 공공 재건축·재개발은 아직 대상지 선정조차 하지 못 했고, 3기 신도시 용적률을 높인다고 해서 서울 집값이 잡힐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또 공급되는 물량의 절반가량이 공공임대주택으로 배정될 것으로 보여 ‘내집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의 꿈은 당분간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4일 서울·수도권 지역에 13만2000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합동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5월 발표된 7만 가구와 공공분양 사전청약 6만 가구를 포함하면 향후 서울권역을 중심으로 총 26만2000가구의 주택이 추가 공급되는 셈이다. 3기 신도시와 수도권 내 정비사업 등을 모두 합치면 앞으로 수도권 지역에 총 127만 가구가 공급된다.

하지만 정부가 이날 발표한 13만2000가구가 제때 공급될지는 미지수다. 대상 사업지가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탓이다. 정부는 이날 발표된 물량의 절반 이상인 7만 가구를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를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항목별로는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을 도입해 5만 가구, 공공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2만 가구를 공급한다.

문제는 사업성이다. 정부는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에 참여하는 단지에 대해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하고 층수도 최대 50층까지 허용할 방침이다. 대신 용적률이 늘어나 수익이 증가하는 만큼 이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고밀개발로 인해 증가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토록 하겠다”며 “기대수익률 기준 90% 이상을 환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렇게 기부채납받은 주택의 50% 이상을 장기공공임대에 활용할 방침이다.

결국 재건축 조합 입장에서는 용적률 증가로 인한 사업성·수익률 증가가 미비할뿐더러 전체 가구 수와 임대물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주거쾌적성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향후 주택 처분 시점에 희소성이 떨어지는 점까지 감안하면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에 참여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아직까지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사업 대상지를 선정하지 못 한 모양새다. 당국은 이날 사업 대상지를 선정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현재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받고 아직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않은 곳은 93개 단지 26만 가구인데 이 가운데 20% 가량이 참여한다는 전제 하에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이라며 “참여한다는 가정 하에 5만 가구 가량의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단적인 경우 재건축 조합이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사업 참여가 손해라는 판단 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5만 가구는 공급되지 못할 수 도 있다.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을 통한 2만 가구 추가 공급도 서울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수요자 대부분은 서울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핵심지에 내집마련을 희망하고 있는데 3기 신도시에 공급한다고 해서 서울집값인 안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공급 물량의 절반가량이 공공임대주택 형태로 보급될 것이라는 점도 대책의 맹점이다. 정부는 이날 공공분양을 포함해 전체 물량의 절반 정도는 분양 주택이고 나머지 절반은 임대주택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조금씩 수정될 수는 있다고 시사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공급 대책은 공급량에 초점을 맞춰 주택 수요 흡수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며 “물량 상당수가 공공임대에 집중돼 있어 집값을 안정화하는데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주택매매시장의 공급불안은 일정부분 해소하겠지만 누적된 주택 매수 대기수요 대비 공급량은 부족할 것”이라며 “대기수요자들이 임대시장으로 이전하면서 임대차시장의 불안요소는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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