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위기] 일본형 장기불황 답습하나?…L자형 불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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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위기] 일본형 장기불황 답습하나?…L자형 불황 우려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08.04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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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코로나19 등 대외여건 악재…세계 교역 증가율 감소 심각
한국경제 기초체력 저하…지난해 2% 경제성장률에 잠재성장률도 추락
정부 정책 기조 전환 필요…한국판 뉴딜 정책 성공 여부에 관심 커져
한국경제가 대내외적 여건 악화와 기초체력 저하로 인해 장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경제가 대내외적 여건 악화와 기초체력 저하로 인해 장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최근 미·중 갈등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발생하며 전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세계 교역 위축 등 한국을 둘러싼 대외여건의 변화로 인한 외부 충격은 물론, 한국경제의 기초 체력이 저하되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한국에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통계청 KOSIS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991~1997년 평균 8% 수준에서 2001~2008년 4.9%로 낮아졌고 2010년 6.8%를 기록한 이후 2011년부터 4%를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12년 이후에는 3.2%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는 2%까지 추락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미·중 갈등이 경제성장률 하락에 큰 역할을 했다면 올해는 이에 더해 코로나19까지 악재가 겹쳤다. 문제는 대내외적 여건이 경제회복에 긍정적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세계 경제의 성장에 큰 영향을 받는다. 반면 세계 교역 증가율은 지난 2017년 5.4%에서 2018년 3.8%로 감소했고, 2019년에는 월 교역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수차례 기록할 만큼 심각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세계 교역 증가율이 최대 6%p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미·중 갈등이 해결되고 세계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한국경제의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낮은 잠재성장률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한국은 지난 1996년 잠재성장률이 7.5%에 달했지만 2008년 3.9%대로 낮아졌고, 지난해는 2%대로 낮아졌다.

한경연은 GDP갭(실질성장률–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2.1%p까지 하락했고,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반영된 2009년 GDP갭 –1.2%p보다도 낮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위기가 성장률에 반영되면 2020년 GDP갭은 훨씬 더 추락할 수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경기회복 지연 △가계부채 심화 △민간소비 및 투자부진 △저출산 고령화 등 복합적 문제에 당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익 감소→저투자→저고용→저소비→저물가→기업이익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장기화되면 일본형 장기불황을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이 자금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정부의 지속적 재정확대와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 유동성은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넘어서 돈을 풀어도 경제가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시장이 몰려 경제의 불균형이 나타나는 일본형 불황과 흡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과거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고(엔화가치 상승)로 수출이 급감하자 경제 활력을 위해 금리를 사상 최저로 내렸고, 이때 풀린 유동성이 거품을 키웠다. 당시 일본의 총 자산규모 증가액은 1985년 318조원에서 1989년 864조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때 경제적 불균형이 1990년대 경제상황 악화로 이어지며 20년간 엄청난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등 자산 투자 열기가 일본 경제의 거품이 형성되던 시기와 유사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나마 위안은 일본과 같은 원화 가치 상승(원高)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1995년부터 나타난 일본의 생산연령인구 감소 현상이 한국도 지난해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주의할 점이다.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도 생산인구가 감소하면 경제 전체 규모를 성장시키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경제위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맞는 정책 기조 전환과 장기불황에 대비한 재정 여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3차 추가경정안 등 35조 추경 편성과 100조원 규모의 뉴딜 정책 추진으로 사실상 국가채무 증가로 인한 재정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 성공 여부에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로부터의 신속한 회복을 이룰 수 있었다”면서도 “현재는 경제성장률 하락 등 상황이 많이 다르다. 코로나19 위기 없이도 1%대 성장이 예견됐던 만큼, 획기적 정책전환 없이는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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