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전세제도 소멸' 걱정에 與의원 "개발시대 의식수준" 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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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전세제도 소멸' 걱정에 與의원 "개발시대 의식수준" 비하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0.08.02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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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레전드 연설' 화제되자 與 잇단 저격
민심과 괴리된 논리 펴다 되레 자충수만 거듭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2020년 7월 10일 오전 박 시장의 빈소가 마련될 예정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2020년 7월 10일 오전 박 시장의 빈소가 마련될 예정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통과 당일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의 반대연설이 '레전드 연설'로 회자되면서 국민적 화제가 되자 여당의 저격이 잇따랐지만 민심과 괴리된 논리로 인해 되레 역풍을 부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중진인 박범계 의원은 '이상한 억양' 표현으로 지역감정 조장 논란을 불렀고, 초선인 윤준병 의원은 전세를 선호하는 국민 정서를 두고 "의식 수준이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비하해 논란을 키웠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아래서 부시장을 지낸 윤 의원은 지난 1일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은행의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사람도 대출금의 이자를 은행에 월세로 지불하는 월세입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전세로 거주하시는 분도 전세금의 금리에 해당하는 월세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라며 "시간이 흐르면 개인은 기관과의 경쟁에서 지기 때문에 결국 전 국민이 기관(은행)에 월세를 지불하는 시대가 온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오며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윤 의원은 이어 "민주당 주도의 부동산 개혁입법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것을 재촉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전세제도가 소멸되는 것을 아쉬워 하는 분들이 계신다"며 "이분들의 의식수준이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전세살이를 내집마련을 위한 사다리로 활용하는 일반 서민의 인식을 되레 박정희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비난한 셈이다. 그는 "목돈을 마련하지 못한 저금리 시대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월세가 전세보다 손쉬운 주택 임차방법"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주장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일반인보다 금융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거나 "평생 전월세도 안살아본 사람인가보다" 등 비난이 쏟아졌다. 야당의 비판도 맥락이 같았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2일 구두논평에서 "월세가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엔 전세보다 훨씬 부담이라는 것은 상식같은 이야기"라며 "서민 삶을 단 한번이라도 고민한 분이라면 그런 말씀을 하시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또 "월세로 바뀌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하셨나. 그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는 분들을 생각해 보라"며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왜 22번이나 실패하는지 점점 이해가 된다. 공감능력 0"라고도 했다.

윤 의원에 앞서 박범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희숙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다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임차인을 강조하셨는데 소위 오리지널은 아니다. 국회 연설 직전까지 2주택 소유자이고, 현재도 1주택을 소유하면서 임대인"이라며 "일단 의사당에서 조리 있게 말을 하는 건, 눈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 아닌 그쪽에서 귀한 사례니, 평가한다. 그러나 마치 없는 살림 평생 임차인의 호소처럼 이미지 가공하는 건 좀"이라고 했다. 그는 '이상한 억양' 표현이 논란이 되자 "특정 지역 사투리를 빗댄 표현이 아니다"라며 "정부 여당을 공격할 때 쓰는 격앙된 톤을 지적한 것인데 메시지와 관련 없고 적절치 않은 듯해 지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권에서 논리가 부족할 때 가장 쉽게 쓰는 공격기술이 '메신저를 때려서 메시지에 물타기'인데 그런 기술을 박 선배가 쓰는 건 좀 아니지 않냐"라며 "초선의원(윤희숙)의 진정성 담긴 첫 연설을 여야 떠나 선배 의원으로서 격려해 주는 모습이 박범계다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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