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세 물건 귀해지고 가격은 이미 폭등…‘전세 공포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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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세 물건 귀해지고 가격은 이미 폭등…‘전세 공포시대’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08.02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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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인상폭 5% 제한·계약갱신청구권제 적용
전세 물건 거의 없다시피…전세가도 수억원씩 올라
전세 둘 바에야 공실로 두기도…“4년 후 급등할 것”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르테온 단지 전경. 입주 당시 5억~6억원에 불과했던 이 단지 전용 84㎡ 전세 시세는 현재 9억원에 달한다. 사진=이재빈 기자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임대료 인상 5% 상한’과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임대차 2법이 적용된 지난달 31일 전세시장은 일단 관망세를 나타냈다. 전세 매물은 전혀 없는 수준은 아니지만 귀한 편이었고 가격은 이미 상당히 오른 뒤였다. 강남·송파·서초구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전세가가 이미 오를 만큼 올라 당분간은 급등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전날 국회를 통과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앞서 개정안은 지난달 29일에는 상임위를 통과하고 30일에는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2박3일만에 ‘초고속 공포’됐다.

개정안이 공포된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을 찾았다. 매물 정보가 붙어있어야 할 공인중개소 벽면에는 ‘매물구함’이라고 적힌 종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인근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아무리 전세가 부르는 게 값이라지만 이제는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14억원 이상을 부르고 있다. 자율형 사립고 폐지로 학군지가 들썩일 때도 11억원이 최고치였는데 올라도 너무 올랐다”며 “그마저도 전세가 몇 없다. 8월이면 학군 수요도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라 전세가가 떨어질 때인데 당분간 이정도 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규제로 전세시장을 안정시키려는 것부터가 잘못됐다. 임대차법도 결국 전세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신축단지 입주 시점에 전세가가 박살나는 것은 공급이 수요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전세시장이 불안한 지역 인근에 전세 5000가구만 공급해봐라. 전세가가 반토막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치동에 비해 입지가 약한 송파구 잠실동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는 그래도 전세매물이 몇 개 있기는 했다. 다만 가격은 이미 수억원씩 오른 상태였다.

잠실동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잠실동 전세가는 전용 84㎡ 기준 10억5000만~11억원 수준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며 “전세 매물은 단지별로 4~5개 정도씩 있다. 상승 피로감이 커서 당장 전세가가 더 오르지는 않겠지만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잠실엘스’ 전용 84㎡의 지난달 전세 실거래가는 7억6000만원(9층)부터 8억7000만원(15층)까지다. 전세 시세가 적게는 1억8000만원에서 많게는 3억4000만원 오른 셈이다. 인근 리센츠와 트리지움도 유사한 상승세를 보였다.

인근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일부 집주인들은 이참에 계약 기간이 끝나면 직접 들어와 살 요량이다. 실거주로 양도세 감면을 노리면서 전세가도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만큼 조정하기 위해서다”며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도입되는 만큼 기존 세입자들도 최대한 계약기간을 연장하려는 추세다. 전세매물이 점점 줄어들기는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라시움’과 ‘아르테온’ 등 도합 1만 가구에 달하는 ‘물량 폭탄’이 쏟아지며 전세가가 박살났던 강동구 고덕동도 전세가가 급상승했다. 4932가구에 달하는 ‘그라시움’이 입주하던 지난해 9월 이 단지 전용 84㎡ 전세 시세는 4억~6억원이었다. 4066가구의 ‘아르테온’은 입주 당시 5억~6억원 선에 전세가가 형성된 바 있다.

고덕동 E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전용 84㎡ 전세 매물이 없다. 실거주 중인 집주인 중 전세를 둘 의향이 있다고 말했던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물건을 빼와야 한다”며 “그마저도 9억원 밑으로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매매를 고려하는 집주인들 중에서는 아예 전세를 두지 않고 공실로 두는 경우도 있다. 전세가 있으면 매매 시 제값을 받기 힘들다보니 세를 둘 바에야 공실로 두겠다는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당분간은 전세 물건도 조금씩 나오고 시세도 유지되긴 하겠지만 현 세입자들이 4년을 산 후 나갈 때는 전세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국회를 통과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사유재산 보장하라”, “사유재산 강탈정부 민주없는 독재정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임대차법 통과를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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