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골살이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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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골살이 단상
  • 정기웅 전 언론인(KBS기자)
  • 승인 2020.08.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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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안 주는 시골살이…이웃에 대한 배려는 필수
전 언론인(KBS기자) 정기웅
전 언론인(KBS기자) 정기웅

[매일일보] 수도권 거주자가 국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6월 통계에서 보듯 수도권 편중 현상은 도를 넘어섰다.

‘서울공화국’이란 말에서 보듯 정치 경제 교육의 중심부로 부와 삶의 수준에서 지방을 압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골에 터를 잡고 아예 눌러 사는 장 노년층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 고사 위기의 농어촌 현실을 감안하면 반가운 일이다.

이른바 성공과 부를 얻고 누리기 좋은 ‘서울의 삶’이지만 극도의 피곤과 스트레스를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일터에서 지지고 볶고 부딪치며 실적 경쟁으로 매순간 비교 평가 당하는 전쟁 같은 일상은 삶을 지치게 한다. 일 중심의 인간관계는 굴종까지 강요당하고 긴장과 무력감에 염증을 느낄 수도 있다.

사람에 부딪쳐 지칠 때 수구지심 심정으로 시골을 찾는 마음에 공감 한다. 산간오지에서 나고 자란 탓인지 덩치 큰 콘크리트 건물만 봐도 숨이 막혀 시골살이에 큰 위안을 삼았던 내 개인적 취향 탓이지만 말이다.

앞서 나가거나 뭘 이룬다는 것에 자신도 없고 의미도 깨닫지 못할 때 자연을 그리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새 지저귐에 귀 기울이고 비오는 날 건너 편 산을 바라보며 호젓함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은 순전히 시골살이가 주는 낭만이다.

요즘 같은 여름, 벌레에 팔뚝을 물리는 것을 피할 수 없지만 덜 바라고 덜 얻어도 시름이 덜 한 것도 소박한 시골살이의 가치이리라. 외떨어져 자주 못 보는 이의 소중함을 간직한 채 이렇듯 마음 한가로움에 감사하게 되는 것도 촌 생활이 주는 덤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완벽한 것은 없는 법. 시골생활도 만족감만 주지는 않는다. 상이한 생활환경에서 오는 가치관 차이로 이웃과 귀촌인 사이의 갈등을 왕왕 보게 된다. 도시생활에서 벗어난 해방감에 내 마음대로 다 하고 살겠다는 자세는 주변에 불편을 주고 힘들게 한다. 꼭두새벽부터 때를 가리지 않는 수탉울음과 개 짖는 소리는 평정심 뿐 아니라 이웃 간 정 마저 깰 수 있다.

세상이 변하듯 가치관도 변한다. 과거에 넘어갔던 아파트 층간 소음이 요즘은 사회문제가 되듯 모두의 평안한 삶을 위해 남을 배려하고 참아줘야 할 일이 더 많아진 것이다. 시골도 예외는 아니다.

논어 위령공편에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物施於人)이란 글이 있다. 내가 싫은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뜻이리라. 내가 좋아서 한 일로 타인이 불편하다면 멈추어야 하는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의 기본 소양이리라.

이 지면에서 구태여 ‘시골살이’로 표기한 것은 ‘전원생활’이란 어감이 불편과 어려움은 숨기고 좋은 것만 내보이려는 왜곡을 경계하는 의도에서다. 시골 생활이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는 동화 속 이야기는 아니다.

마음이 허하고 아플 때 위안과 치유가 필요하다. 한적함 속에서 늘 흙과 나무, 꽃, 새를 가까이 할 수 있는 시골은 그 자체로도 여유와 느긋함을 준다. 호흡을 느리게 한다. 인간관계로 상처받고 소외된 이를 자연은 말없이 안아 준다고 믿는다. 시골살이가 감사한 이유다.

도시에서는 헐고 고치고 새로 만드는 행위가 환영받는다. 뭘 벌려야 직성이 풀리고 성과가 있다고 안도하는 강박증 때문은 아닐까. 반면에 시골의 삶은 무위도 작위로서의 가치를 살려준다. 어제와 같은 오늘 그리고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일을 받아들이는 곳. 돈이 안 되는 일이 많아도 평범한 일상을 고마워하는 곳 . 그게 소박한 시골의 삶이다.

시골살이가 자연을 파괴하는 짓은 아닌지 삼가는 마음도 없지 않다. 그래도 자연과 나-몰아일체를 꿈꾸며 조심스레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욕심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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