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사느니… 그냥 ‘영끌’해서 아파트 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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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사느니… 그냥 ‘영끌’해서 아파트 살래요”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7.29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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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4일 공공임대 중심 공급대책 발표되지만
정작 시큰둥한 반응 보이는 30‧40 실수요자들
“공공임대 내 집 아니야… 큰 돈 벌 기회도 없어”
많은 사람이 쉽게 혜택 볼 수 있다는 믿음 심어줘야
LH가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공급한 강남브리즈힐 단지 전경. 사진=LH 제공
LH가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공급한 강남브리즈힐 단지 전경. 사진=LH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아무리 좋아도 임대아파트는 결국 월세잖아요. 게다가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는데 임대아파트에서 살면 돈 벌 기회를 아예 잡을 수 없죠. 지금이라도 ‘영끌’해서 아파트를 사는 게 더 나을 듯하네요” (9년차 직장인 황 모씨, 38세)

주택공급확대 대책이 내달 4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서울의 전체적인 용적률을 상향하는 만큼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30‧40세대 실수요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 빠르게 안정되지 않으면 30‧40세대의 ‘공황 구매’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내 집 마련을 통한 주거 안정성과 자산 증식에 대한 욕구를 공공임대주택에선 실현시킬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어서다.

최근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3억원 대 아파트를 구매한 예비부부 장 모(35)씨는 “공공임대아파트는 경쟁이 워낙 치열한 데다 운 좋게 당첨이 됐다고 해도 이직이나 육아 등으로 이사 가야 할 경우를 고려하면 차라리 집을 사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장 씨는 “월급만 모아선 공공임대아파트를 떠나 민간 분양 아파트로 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이번에 산 아파트도 최근 몇 년간 1억원 넘게 올랐다”면서 “장기 임대 후 분양 전환도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공공임대주택에서 장기간 삶을 영위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주거면적이 너무 좁다. ‘공공임대주택 유형별 주택규모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공공임대를 유형별 전용면적 40㎡ 미만 비율은 행복주택은 97%, 영구임대 94.2%였다.

전체 공공임대 중 주택 수가 가장 많은 국민임대는 40㎡ 미만이 42.0%, 40~60㎡ 미만은 58.0%로 나타났다. 이런 탓에 정부가 공급하는 모든 공공주택의 1인당 주거면적은 자가 주택(전용 34.6㎡)을 밑돈다.

신혼부부가 아이를 출산해 양육한다면 최저 주건 기준 면적(3인 가구 35㎡, 4인 가구 43㎡)도 충족하지 못한다. 가족 구성원 변화에 대한 대응하거나 자유롭게 거주지를 이전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관련 규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공공임대아파트 입주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위소득 130% 이하여야지만 입주할 수 있다. 3인 가구 월 소득 503만원 이하, 1인 가구 228만원 이하여야만 한다. 만약 계약 갱신 때 소득이 증가하면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

중소기업 7년 차 직장인 이 모 씨(36)는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면서 “월 실수령액이 300만원 남짓이다. 이 돈으로는 남들처럼 ‘영끌’ 해서 집을 사기도 어렵고 공공임대주택 혜택도 받지 못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과 관련한 세부 규정을 손질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며 “더 쉽고 더 안전하게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지 못하면 30‧40세대는 ‘공황 구매’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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