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임대차 3법…가을 전세대란 벌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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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 임대차 3법…가을 전세대란 벌어지나
  • 최은서 기자
  • 승인 2020.07.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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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신고제·2+2년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5% 상한’ 상임위 통과
전셋값 급등·매물 품귀…입주물량도 줄어드는 하반기, 전세대란 우려
실거주 요건 강화에 자가 입주 증가…전세로 눌러앉는 수요도 늘어나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전용 84㎡ 전셋값, 두 달 사이 1억9천만 ↑
서울 강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달 4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 3법’(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을 처리할 것이 확실시 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임대차 시장이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임대차 3법을 감안해 전세금을 미리 대폭 올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가 하면, 전세 품귀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전세값 상승이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어 이사수요가 많은 가을철에 전세 불안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의결함에 따라 임대차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문턱을 넘어섰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은 임대차 3법 중 세입자가 기존 2년 계약이 끝나면 추가로 2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상승폭은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정하도록 한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전월세신고제를 도입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다만 전월세 신고제는 즉각 시행될 다른 임대차 3법과 달리, 임대차 신고 관리·데이터베이스 검증 등 시스템 구축을 거쳐 내년 6월부터 시행된다.

이처럼 당정이 주거안정권 확보 차원에서 임대차 3법 처리 속도전에 돌입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임대차 시장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전셋값이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서울 전역에서 뛰고 있고 전월세 거래량은 급감하고 있어서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한국감정원 조사 기준으로 지난주까지 56주 연속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서울 전세수급지수도 지난 20일 기준 180.1로 전세대란이 발생했던 2015년 11월 이후 약 4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면서 집주인들의 자가 입주가 늘고, 정부의 고강도 규제 여파로 매매 대기수요와 청약 대기수요가 전세로 눌러앉으면서 전세 물건도 갈수록 귀해지고 있다. 보유세 부담과 제로금리 장기화로 전세물건이 월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전세값의 가파른 상승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 5월 전세 보증금 6억원에 계약됐지만 이달엔 전세 보증금 7억9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6·17 부동산 대책과 7·10 부동산 대책,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임대차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 푸르지오 2단지’ 전용 114㎡ 저층 전세매물은 이달 12억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 5월 같은 평수 저층 전세 매물이 10억8000만원에 거래된데서 1억2000만원 뛴 것이다.

총선을 기점으로 임대차 3법 시행이 오르내리면서 임대차 매물이 귀해져, 전월세 거래도 얼어붙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지난 5월 1만2247건에서 6월 1만144건, 7월 6663건으로 미반영된 계약건수를 감안해도 추세상 감소세가 뚜렷하다. 특히 이달은 전년 동월 대비 51.63%나 급감했다.

전세난을 해결할 입주물량도 줄어들어 이사수요가 몰리는 가을철에는 전세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서울 입주 예정 물량(1만7799가구)은 상반기(2만3675가구)보다 25%가량 적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임대차 3법이 가시화되자 전세 보증금을 미리 올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다, 임대인의 늘어난 보유세 부담도 임차인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전세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물량은 받쳐주지 못해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으로, 하반기에도 전세값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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