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승자의 저주’ 벗어났지만…유동성 위기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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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승자의 저주’ 벗어났지만…유동성 위기는 여전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7.2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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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 인수 포기로 재무적 부담 덜었지만 앞날은 안갯속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 요원…2분기 800억원대 적자 전망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연장도 불투명…유상증자 흥행 관건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공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공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면서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유동성 위기는 여전하다. 업계에서는 내달로 예정된 제주항공의 유상증자 흥행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자구책의 일환으로 1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유상증자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1주 가량 늦춰 다음달 5~6일 구주주 청약을, 다음달 18~19일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납입일도 다음달 21일로 변경됐다. 제주항공은 1585억원의 유상증자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 중 407억원은 운영자금으로, 1178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각각 사용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변경된 증권신고서에서 “이스타항공에 관한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적법하게 통지했으므로 기업결합으로 인한 이스타항공의 재무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이나 이스타항공이 종속기업으로 편입될 경우 재무비율이 악화할 수 있는 위험은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상증자 흥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로 재무적 부담은 덜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황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제주항공은 당장 2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제주항공의 2분기 영업손실이 지난 1분기(영업적자 657억원) 보다 확대된 83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 회복도 쉽지 않다. 통상 국제선 노선이 매출의 90%를 담당하는데 코로나19로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히면서 단기간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이 LCC 중 규모가 가장 큰 탓에 매달 수백억원대의 고정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부담이다. 당장 8월 정부의 고용안정기금 지원이 끝날 경우, 적자 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로 재무적 부담은 경감될 것”이라며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권 발행으로 3분기 중 현금 유입이 예상되나, 코로나19의 장기간 지속시 유동성에 대한 추가적인 보강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유상증자 흥행에 성공한다 해도 국제선 여객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향후 유휴자산 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보유엔진을 매각한 뒤 리스로 임차하는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여객 수요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가운데 분기 1000억원 가량의 현금 유출을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하고 현재 검토 중인 항공기 엔진 매각 등이 이뤄지면 연말까지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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