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ㆍ금값 랠리 연장 무게… 유동성 함정ㆍ자산 버블 우려도
상태바
주가ㆍ금값 랠리 연장 무게… 유동성 함정ㆍ자산 버블 우려도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7.28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식·금 연일 고공행진...코로나 불황에도 폭주하는 자산시장
"실물 회복 없인 랠리 오래 못 가"...스테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실물경제 추락 속에 주식시장과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자산버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실물경제 추락 속에 주식시장과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자산버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국내외 실물경제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각종 자산 가격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가리지 않고 연일 치솟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 중이고, 주식시장도 완벽한 'V자' 반등을 이뤄내고 있다. 

경기 흐름이나 자산의 내재가치와 무관하게 벌어지는 이 같은 현상은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경기가 좋을 때는 주식 같은 위험자산이, 반대 상황에선 금, 채권 등 안전자산 가격이 상승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가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유동성(현금)을 시장에 풀면서 이런 상식도 무너졌다.

우려의 시선도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유동성 랠리가 종료되면 '자산버블'이 가져다 줄 휴우증이 상당할 거란 경고를 내놓고 있다. 

막대한 유동성이 실물 투자나 소비로 이어지는 대신 자산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시중 통화유통속도는 지난 1분기 기준 0.64까지 떨어져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주체 심리가 위축돼 돈이 자산시장으로만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5월 시중 유동성을 뜻하는 광의통화(M2)는 4월 대비 35조원 이상 늘어난 3053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증가 규모를 경신했다. 이는 세계적 흐름이 됐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한 미국의 광의통화도 현재 18조3999억달러로, 지난 2월 대비 3조달러(약 3600조원) 급증했다.

최근 치솟는 금값도 실물경기 불안을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제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금값 상승은 추락하는 생산성과 높은 실업률, 유동성 확대가 두루 반영된 결과”라면서 내년까지 온스당 3000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고 봤다.

특히 미중 갈등이 격화되며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의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향후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전문가들도 하반기에도 금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전망했다. 그는 “향후 경기 회복을 위해 전세계 국가들은 재정지출을 더욱 늘려나갈 텐데 정부의 부채부담 완화를 위해서 금리 상승은 억제될 가능성이 높다”며 “연말로 갈수록 높아질 달러화 약세 압력도 금 가격 상승을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여태까지 금 수요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위험 회피 수단이었다면, 앞으로는 물가 상승에 대한 대비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 수요는 상반기 '리스크 회피' 용도에서 하반기 '물가 헤지' 용도로 수요가 이전될 것"이라며 "물가 급등에 따른 화폐 가치 하락 가능성은 금의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안전자산인 금의 사상 최고치 랠리 등에도 위험자산인 증시 투자 심리가 크게 훼손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월가 전문가들도 안전자산인 금의 사상 최고치 랠리 등에도 위험자산인 증시 투자 심리가 크게 훼손되지는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JJ 키나한 수석 시장 전략가는 "금 가격은 우리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증시는 지속해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만약 10년 금리가 더 하락하고, 변동성 지수가 상승한다면 금 가격 급등은 더 우려스러울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들 다른 두 지표가 금 가격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들을 지지하기 전까지는 증시가 고점에 달했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동성 장세의 붕괴 시점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결국 실물경기가 받쳐주지 못할 경우 주식 같은 위험자산은 하락할 여지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스태그플레이션(불황+물가상승)'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의 그렉 젠슨 수석운용책임자(CIO)는 최근 "현재 경제는 경기부양에 실패해 발생하는 디플레이션과 너무 많은 돈을 풀어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운데 한쪽에 빠질 기로에 서 있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