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유동성 저금리에도 은행금고로
상태바
길 잃은 유동성 저금리에도 은행금고로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0.07.28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월 은행 수신 1858조원으로 상반기 109조원 급증
최저금리에도 예금에 묶여…“통화정책은 한계”
올해 상반기 유동성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6월 말 기준 은행 수신 규모가 지난해 말 대비 108조7000억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유동성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6월 말 기준 은행 수신 규모가 지난해 말 대비 108조7000억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통화·재정정책이 쏟아진 올 상반기 은행권 수신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에 공급된 자금이 다시 은행으로 흘러가 의도했던 경기 진작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는 것이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 수신 규모는 1858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08조7000억원 급증했다. 상반기 기준 은행 수신 증가세로는 가장 큰 폭이다. 수시입출식 예금이 107조6000억원 늘었고 정기예금은 2조3000억원 줄었다.

월별로 증가세를 보면 코로나19 사태 발발 직후인 지난 2월 35조9000억원, 3월 33조1000억원, 5월 33조4000억원 급격히 늘었으며 6월 들어서야 18조6000억원으로 다소 증가폭이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등 경기 악화 상황에서 각종 금융지원을 포함한 대출 증가세가 상당히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6월 은행의 기업·자영업자 대출은 총 77조7000억원이 늘었으며 같은 기간 가계대출도 40조6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18조3000억여원 규모의 대출 증가세와 함께 은행 수신도 약 108조7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이를 두고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동성 함정은 시중에 돈을 풀어도 돌지 않는 현상을 지적한 것으로 생산·투자와 가계 소비가 늘지 않아 경제가 함정 빠진 상황을 뜻한다. 경기진작을 위해 통화·재정정책을 쏟아낸 정부로써는 고심이 깊어질 수 있다.

특히 상반기 중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중금리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이 같은 상황이 나타나 소비를 유도하려던 통화정책 의도가 다소 무색해졌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타격 완화를 위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내리고 5월에 다시 0.5%까지 내린 바 있다.

유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뽀족한 수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돈이 금융시장으로 가고 있지만 실물경제가 안 좋기 때문에 유동성을 줄이기는 어렵다”며 “통화정책 외에 건전성 관련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코로나19가 없어지지 않으면 소비가 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유동성 공급은 소비 진작 외에도 기업 부실화를 막기 위해 이뤄지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