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통상 가을부터 시작되는 보일러 시장의 성수기가 정부의 친환경보일러 교체 지원에 여름으로 앞당겨진 모양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친환경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되고 교체지원금 지급으로 국내 보일러 시장이 활성화되는 추세다. 여름철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10년 이상 정체된 보일러 시장이 질적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보일러 시장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성숙된 시장으로 분류되며, 정체현상을 나타냈다. 교체수요를 포함한 시장 규모는 연간 120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시장에서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가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위권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격차를 벌리는 상황 속 시장 전반적인 성장은 어려워 각자의 점유율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경쟁이 이뤄지는 중이다.
하지만, 지난 4월 정부가 친환경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했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한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대기관리권역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그간 보일러는 도심에서의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힌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규제로 보일 수 있지만, 정부의 발표는 친환경보일러 교체사업으로 이어져 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 통상 친환경보일러는 콘덴싱보일러를 뜻한다. 열효율 92% 이상, 질소산화물 20ppm 이하, 일산화탄소 100ppm 이하 배출 등 ‘기체연료 1등급’ 기준을 만족해야 친환경보일러로 분류된다.
정부의 발표 이전(1분기)에도 콘덴싱보일러 교체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실제 올해 1분기 콘덴싱보일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2%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친환경보일러 의무화 이후 성장세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귀뚜라미의 경우 기존 45% 수준이었던 콘덴싱보일러 판매 비중이 정부의 의무화 발표 이후 75%까지 늘었다.
2분기는 보일러업계의 정비 시간과 같다. 장마철 이상으로 인한 교체수요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여름철 수요는 지자체의 설치 지원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콘덴싱보일러은 평균 90만원대로 일반가스보일러(70만원)보다 20만원 가량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20만원 가량의 지원금을 제공해 두 제품간의 격차를 줄여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장려와 함께 대규모 단지에서도 개별난방을 원하는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장을 ‘개보수현장’이라고 일컫는다.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며, 콘덴싱보일러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귀뚜라미의 경우 강원도 춘천 퇴계금호아파트 864세대에 콘덴싱보일러를 시공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5월까지 대규모 단지에서 개별 친환경보일러로 교체한 사례는 관악구 2700대, 양천구 1651대 등 총 4351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각 사 마다 1주일 이상의 긴 휴식기를 가질 정도로 재정비 개념이 컸지만, 최근에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맞물려 수요가 확대되는 중”이라며 “보일러업계는 지난달 초부터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수요를 붙잡기 위해 관련 홍보를 시작했고,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인 곳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성수기를 앞당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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