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거래 80% 차지한 동학개미…버블 경고음도 곳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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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거래 80% 차지한 동학개미…버블 경고음도 곳곳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7.26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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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거래대금 푸는 개미들...고평가 논란에도 '빚투'는 늘어
양도세 완화도 투심 부추길듯..."투기적 수요가 시장 왜곡할수도"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의 큰손으로 자리매김 중인 가운데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 증권사 객장을 찾은 개인투자자 모습. 사진=연합뉴스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의 큰손으로 자리매김 중인 가운데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 증권사 객장을 찾은 개인투자자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7월 들어서도 ‘동학개미'가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 주식시장 거래대금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할 정도다. 개미들의 투자열풍은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안 보인다. 

전문가들은 투자열풍 이면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미 국내 증시가 고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적 수요가 시장 왜곡을 발생시킬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1일까지 개인의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 합계) 거래대금은 259조9000억 원으로 전체 거래대금인 329조1000억 원에서 79.0%를 차지했다. 

개인의 월별 거래대금은 올해 1월 155조2000억 원에서 지난 6월 407조2000억 원까지 늘었다. 전체 거래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1월 65.3%에서 6월 77.0%로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거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순매수 기조도 유지되고 있다.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 1월부터 7개월 연속 월별 기준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다. 이달 들어 21일까지 1조7000억 원가량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주식 열풍이라는 ‘현상’이 아닌,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금리 시대와 부동산 시장 불안 등으로 근로소득만으로 부를 축적하기 어려워지면서 개인들의 자산시장 투자수요가 비트코인, 부동산 갭투자, 주식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규모도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신용융자잔고는 13조7678억원을 기록하며 12거래일 연속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지난 10일 사상 처음으로 13조 원을 넘어선 후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주목해야할 부분은 신용거래융자의 경우 주가가 바닥이라고 판단되는 시기에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엔 이미 전고점까지 올라온 상황에서도 무섭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거래융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5월 말 코스피 지수는 2000선을 돌파한 상황이었다. 이후 코스피 지수는 전고점 수준인 2200선까지 뚫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2200선 이후로 더 올라가긴 어렵다고 봤는데도 불구하고 빚까지 끌어서 주식을 산 사람이 증가했단 얘기다.

증시 거품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이에 따른 경제적 충격, 경기 부양 과정에 발생한 천문학적인 부채까지 굵직한 악재들을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빚져서 투자하는 비중이 전체의 35%에 달할 만큼 늘어난 가운데 증시 변동성을 키울 요인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1990년대 말 닷컴 버블과 흡사한 상황이라는 진단까지 나온다.

동학개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건 '한탕'에 집중해 투기성 짙은 기업에 몰리는 경향이 높아서다. 주가가 급변하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이 낙폭이 컸던 기업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사례가 많아진 점이 우려 요인이다. 해당 기업들의 투자위험도가 높은 기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걱정을 키운다. 코로나19 2차 확산과 미중 간 갈등이 심화할 경우 자칫 쪽박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내 영향력 확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거란 분석이 많다. 이들이 주식하기 더 좋은 환경이 되서다.

정부의 '2020년도 세법 개정안'의 금융세제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시중에 풀린 자금이 증시로 더 빠르게 유입될 거란 전망이 많다.

실제로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기본공제 금액이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조정된 것은 사실상 주식 투자자들에게 '비과세' 혜택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5000만원을 공제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부담하는 투자자는 전체 600만명 중 상위 2.5%인 15만여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제외한 585만명은 양도세를 내지 않는 셈이다.

정부는 연일 부동산시장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내놓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개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취하고 있어 당분간 개미들의 운신의 폭은 더 늘어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도 거래세 유지 결정은 아쉽지만, 주식양도세 공제 확대 등 당초 발표안에 비하면 시장 친화적으로 대폭 수정된 만큼 슈퍼개미를 제외한 개인투자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거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는 이례적으로 큰 폭의 주가 상승이 있었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면 연 2천만원씩 벌기는 쉽지 않다. 이 정도면 상당히 큰 세제 혜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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