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코로나19 백신 ‘싹쓸이’…“백신 확보 전쟁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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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 코로나19 백신 ‘싹쓸이’…“백신 확보 전쟁 시작됐다”
  • 김동명 기자
  • 승인 2020.07.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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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자국 우선주의에 치중한 ‘입도선매’ 펼쳐
사실상 올해 생산될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다 팔려
WHO “일부국가가 과도하게 백신 공급받는 것 지양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워프 스피드 프로그램’ 등 어떤 값을 지불해서라도 가장 먼저 백신을 선점해 자국민에게 지급하겠다는 자국 우선주의에 치중한 ‘입도선매’ 전략을 펼치면서 전 세계 백신 공급 전쟁에 불을 지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워프 스피드 프로그램’ 등 어떤 값을 지불해서라도 가장 먼저 백신을 선점해 자국민에게 지급하겠다는 자국 우선주의 전략을 펼치면서 전 세계 백신 확보 전쟁에 불을 지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미국 복지부와 국방부가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억회 투약분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백신 ‘입도선매’에 불을 지폈다.

영국도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오는 9월까지 3000만개를 포함해 총 1억명분의 백신을 우선 공급받기로 계약하는 등 ‘자국 우선주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확보 전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 16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미국과 브라질에서 각각 6만명과 4만명의 일일 환자수가 발생하는 등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렇듯 지구촌 곳곳에 코로나19 재확산 징후가 포착되자 미국과 영국 등 이른바 ‘부자나라’를 중심으로 백신을 미리 사들이는 현상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23일 미국 정부는 화이자와 19억5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에 코로나19 백신 선인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미국 정부는 양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BNT162’의 효험과 안전성이 입증되는 데로 1억회 투여분을 우선 넘겨받게 된다. 또한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백신 5억 회분을 추가 조달 받는 옵션까지 포함돼 총 6억분에 달하는 백신을 선입하겠다는 계약을 감행했다.

화이자가 아무리 초대형 제약사라고 해도 아직 임상 단계에 있는 백신 6억분을 미국에 공급한다는 것은 초반 생산물량 대부분을 미 정부가 가져간다는 말과 다름없게 된다. 현재 화이자 백신은 1·2상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를 생성하는 효과를 보였는데, 1인당 2회 투여해야 확실한 효능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1억 회분은 약 5000만명이 접종 가능한 분량에 해당된다.

하지만 화이자 측은 올 연말까지 최대 1억명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2020년에 생산된 거의 모든 백신은 사실상 미국이 가져가게 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현시점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3억 회분을 12억 달러에 미리 확보한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함께 백신 공동 개발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들은 의학전문지 랜싯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초기 임상시험 결과에서 면역 반응을 성공적으로 유도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시중에 출시되지 않은 백신을 이토록 빠르게 확보하고 있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워프 스피드 프로그램’ 때문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미국 내 코로나19를 가능한 빠르게 퇴치하기 위해 백신 개발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 어떤 금액을 지불해서라도 가장 먼저 백신을 입수해 오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심지어 이렇게 확보된 백신들은 미국 국민들에게 공짜로 제공될 예정이다.

영국 역시 지난 21일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계약해 코로나19 백신 3000만 회분을 미리 확보했고 프랑스 제약사 발네바와는 백신 1억 회분 계약을 체결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4개국은 유럽연합(EU) 포괄적 백신 동맹(Inclusive Vaccines Alliance)을 결성, 2020년 말까지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4억 회분 백신을 제공받기로 약속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부유한 나라는 가장 먼저 백신을 접종받게 되지만 가난한 나라는 이들 국민들에게 백신이 보급될 때까지 최소 몇 달에서 최대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유엔과 국제 적십자 등 인권단체에서는 해당 국가들의 백신 전쟁은 가난한 나라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국제 적십자,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세계백신면역연합 등은 전 세계 모든 인류가 공정하게 백신을 공급받고 제약사들이 충분한 양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수석과학자 숨야 스와미나탄 박사도 “일부 국가에서 백신을 과도하게 공급받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제약·바이오, 병·의원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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