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된 금융사…정부에 팔 비틀리고 핀테크에 치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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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된 금융사…정부에 팔 비틀리고 핀테크에 치이고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7.23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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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출만기 연장·뉴딜 정책 지원 등 동원령 잇달아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도 위협...당국엔 역차별 서러움
금융사들이 당국의 지속되는 주문 압박에 속앓이 중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한 음식점에서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조찬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사들이 당국의 지속되는 주문 압박에 속앓이 중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한 음식점에서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조찬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금융사들의 속앓이가 길어지고 있다. 정부는 시도때도 없이 '동원령'을 내리며 손을 벌리기 일쑤이고,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은 늘 가혹하다. 여기에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침투 이후엔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서러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야말로 '동네북' 신세다.

23일,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주문을 쏟아냈다. 이날 조찬 회동 자리에서 은 위원장은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권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한국판 뉴딜 핵심사업들 대부분에는 혁신적 도전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금융시스템의 위험 공유·분산과 자금 배분 기능이 적극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며 "특히 부동산으로 쏠리는 시중 유동자금이 생산적 부문으로 유입되도록 자금중개 기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요청에 회장단은 "금융권의 참여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이 자리에선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주문이 다시 더해졌다.

이에 금융지주 회장들은 "코로나 피해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의 연장여부, 연장 범위나 기간 등은 향후 코로나19 영향 추이와 기업 자금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최근엔 중소기업벤처부가 신한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대형 은행 투자담당자를 모아 놓고 ‘스마트대한민국펀드’에 출자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대한민국펀드’는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과 디지털 전환을 위해 조성하는 민관합동 벤처펀드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언급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는 사업이다. 중기부는 펀드 사업을 설명했다는 입장이지만, 은행들은 투자 압박처럼 느꼈다는 후문이다.

특히 금융사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각종 지원의 최전선에 동원돼 왔다.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려 조성한 증권시장안정펀드와 채권시장안정펀드에 각각 약 6조1000억원과 13조4000억원을 투입했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을 위해 시중은행을 창구를 동원해 72만5000건(77조2000억원)의 긴급대출을 지원했다.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대출만기를 6개월 연장해주고, 이자 갚기 벅찬 곳은 이자 납부도 유예해줬다. 

이처럼 정부의 지원 요청에 적극 대응하고 있음에도 사고가 터지면 금융사가 무조건 책임을 지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최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라임자산운용의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를 판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100%를 되돌려주라고 권고했다. 펀드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불완전판매의 소지가 있었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은행 돈으로 투자자의 불만을 달래려는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은 억울한 측면이 강하지만,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압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엔 빅테크 기업들에게도 이리저리 치이는 신세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페이-은행-증권-보험’ 공식에 따라 금융업권 전방위로 진출하고 있어서다. 네이버는 2015년 6월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해 각종 카드를 출시, 2018년 신한은행과 환전 서비스를 시작하고 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 본격적으로 금융업 진출을 선포했다. 최근 미래에셋대우와 종합자산관리 계좌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 통장을 시작으로 이용자들이 신용카드 추천, 증권, 보험 등 금융상품을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는 2014년 9월부터 카카오톡 결제 기능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2017년 4월 카카오페이 주식회사를 독립적으로 출범한 이후 2020년 2월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시켰다. 그 가운데 2017년엔 카카오뱅크를 설립해 은행업에도 뛰어들었다. 2013년 간편 송금 서비스로 시작한 토스 역시 은행, 증권, 자산관리, 보험 등으로 업역을 넓혀나갔다.

하지만 '역차별' 논란, '기울어진 운동장' 등 불공정 경쟁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은성수 위원장을 만난 금융사 회장들도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의 공격적 금융시장 진출과 관련, 기존 플레이어(사업자)로서의 불만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을 산업으로 바라보지 않고 관치의 시각으로 보는 일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며 "다만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최전선에서 정책지원을 나서고 있는데 돌아오는 메시지를 보면 아쉬운 대목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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