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혜자카드’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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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혜자카드’가 사라진다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0.07.2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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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올해 초 정부는 카드사들이 신용카드를 출시할 때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담지 못하도록 하는 ‘카드상품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는 카드사의 지나친 마케팅 경쟁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가이드의 핵심은 카드사들이 새로운 카드 개발 시 판매비용보다 판매수익을 크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실 마케팅 비용 때문이 아니더라도 카드사의 부가 서비스와 수익성은 이전부터 줄어들고 있다. 현재 카드사의 전체 수익 구조에서 리테일에 해당하는 지급결제 및 카드수수료는 주 수익원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현재 카드업계는 지지부진한 수익성을 자동차 할부금융이나 현금서비스 확대 등 여신금융으로 방어하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카드사의 할부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23.0%(1789억원) 급증했다. 여신 서비스인 카드론 수익도 3.7%(686억원) 증가해 총수익은 2.6%(3198억원) 늘었다.

반면 본업인 결제와 가맹점수수료는 매년 감소 추세다. 지난 2017년 연간 11조6783억원에 달했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2019년 7조2183억원으로 낮아져 2년 만에 약 4조원 이상 빠졌다. 가맹점수수료는 지난 2010년 이후 10차례나 인하 돼 왔다.

결제시장에서 카드사의 입지가 좁아지다 보니, 이에 따른 폐해는 되레 소비자에게 돌아오고 있다. 정부의 인위적인 가맹점수수료 인하 이후, 카드사들은 부가 서비스 조정에 돌입했을 뿐만 아니라 전월실적 역시 기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렸다. 업계는 향후 수수료 마진에 현재보다 더 악화될 경우 전월 실적 한도가 더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카드업계의 수익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단순히 마케팅 비용 때문이 아니다. 마케팅 비용을 높이더라도 수수료 부문에서 수익원을 확보하면 될 일이다. 결제시장에서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이 앞으로는 간편결제 시장으로도 확산할까 우려스럽다. 온라인상에서 가맹점과 대금 결제사(신용카드사·은행·전자화폐 등) 간의 금융거래를 연결해주는 전자지급결제대행서비스(PG)사업도 가맹 계약을 체결한다.

현재 가맹 수수료를 문제 삼고 있는 당국 태도를 감안할 때 PG사와 가맹점 간 수수료 산정에 있어 정부 개입이 없으리란 법도 없다. 정부가 수수료를 낮춤으로써 카드사와 소비자, 소상공인에 어떤 이익이 됐는지 되레 묻고 싶다. 경제 주체 간 이해관계만 맞는다면 시장 원리에 충실한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결제시장에서 갑을 관계을 만든 건 오히려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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