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재팬 1년 후] 습관처럼 외면하는 일본 衣·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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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재팬 1년 후] 습관처럼 외면하는 일본 衣·食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0.07.22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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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히·유니클로 등 직격탄, 일본 여행객 급감, 일본풍 식당 해명문·폐업
국산 맥주·의류 브랜드 인기...국내 식품업계도 원료 국산으로 대거 교체
선택적 불매운동 지적도...닌텐도·소니 등은 매출 증가, ABC마트 매장 늘려
서울의 한 유니클로 매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유니클로 매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써 1년이 지났다. 닌텐도 ‘동물의 숲’처럼 일부 소비자들의 선택적 불매운동으로 열기가 전보다는 사그라드는 듯 하지만, 일본 여행·맥주·음식·의류 등 일본산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 생활 속에 자리 잡은 모습이다.

당시 일본 불매운동은 외교문제로 촉발돼 기존 어떤 소비자운동보다도 파급력이 컸다. 노노재팬 사이트에는 하루에 수십 개씩 일본 제품 리스트가 올라왔고 소비자들은 일본 기업이 지분을 갖고 있는 브랜드까지 샅샅이 살피며 이를 공유했다.

애국심에 기반한 소비 결과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국내 수입맥주 시장 내 순위가 뒤바뀌는 것은 물론 수입맥주 전체 시장이 쪼그라들고 그 자리를 국내 맥주, 특히 수제맥주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일불매운동 효과가 본격화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일본맥주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94.8% 감소했다. 일본 대표 맥주 브랜드 아사히는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매출이 20분의 1로 줄었다. 아사히 맥주를 유통하는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매출이 50.1%(624억 원)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308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삿포로와 에비스를 들여오는 엠즈베버리지는 지난해 무급 휴직을 도입하기도 했다.

국내 패션시장에서 가성비를 앞세워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던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직격탄을 맞았다. 유니클로 임원의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실언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에 더욱 적극 동참했다. 이에 유니클로를 전개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매출액이 지난해 30% 이상 감소, 5년 만에 1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2000억 원대에 이르렀던 연간 영업이익은 19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런 와중에 배우진 에프알엔코리아 대표가 구조조정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실수로 전 직원에 발송해 논란을 빚어 대표 자리를 내놓기도 했다.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인 ‘GU(지유)’도 불매운동 여파로 한국 진출 1년 8개월 만에 매장을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

데상트도 불매운동 여파로 지난해 실적이 꼬꾸라졌다. 데상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15.3% 줄었고 영업이익은 86.7%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점포 수도 지난해 대비 20개 넘게 줄었다. 주니어 스포츠 브랜드 ‘영애슬릿’의 단독 매장 운영도 중단해 올해 하반기에는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생활용품 브랜드 ‘무지’를 운영하는 무인양품도 불매운동 탓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7% 줄어든 1243억 원에 그쳤고, 영업이익도 2018년 72억 원에서 193.4% 감소해 71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실은 57억 원을 기록했다.

당시 일본 음식을 판매하거나 일본풍 이름을 가진 자영업자 점포도 불매운동에 휘말려 ‘일본 메뉴를 판매할 뿐이다’라는 해명문을 게재하거나 폐업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지금도 여전하다.

한일갈등이 촉발한 ‘NO재팬' 1년 동안 반일감정이 가장 크게 표출된 분야 중 하나는 여행이다. 일본 여행시장의 큰손이던 한국인들의 여행 보이콧에 일본 여행시장은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558만 명으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불매 운동인 한창이었던 하반기(7~12월)에 간 인원은 고작 157만 명에 불과했다.

다만 일부 기업은 불매운동의 타격에서 빗겨갔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필요에 따른 ‘선택적 불매’냐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패션 브랜드 아식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27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2% 감소하는 데 그쳤다. 유니클로, 데상트와 비교해 비교적 적은 타격이다. 영업이익은 오히려 47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ABC마트코리아도 지난해 매출액이 54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늘었다. 점포수도 지난해보다 20개 넘게 생겼다.

기호품인 담배도 불매운동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이 아닌 제 3국에서 생산된 일본 브랜드 담배 수입 규모는 큰 변화가 없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필리핀에서 온 담배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0%가량 늘어난 331톤이었다. 필리핀에서 생산돼 국내로 들어오는 담배는 ‘뫼비우스’로 유명한 일본 담배회사 JTI 제품이 유일하다.

IT 전기전자 업종의 수요는 대폭 상승했다. 한국닌텐도는 스위치 게임인 ‘동물의 숲’을 두고 마니아층이 형성, 품귀현상을 빚는 등 인기가 이어지며 매출이 36.6% 크게 올랐다. 소니코리아 역시 오디오 제품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면서 전년 대비 매출이 19.5% 상승했다.

정작 피해를 입은 기업은 따로 있었다. 롯데가 대표적이다. 재일교포 출신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설립한 이유로 롯데의 전 계열사가 뭇매를 맞았다. 특히 롯데칠성음료는 온라인상에서 일본 아사히가 지분을 가진 기업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처음처럼’을 비롯한 주류 제품 매출에 타격을 입어 지난해 총 590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아직도 회복을 못하는 실정이다. 다른 계열사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일본 브랜드라는 소문에 미국 라이센스 브랜드라며 적극 해명했지만, 존재감 없는 3위로 전락했다.

소비자들의 일본산 불매운동에 국내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하이트진로의 테라는 일본 맥주 불매운동이 뜨거웠던 지난해 7~8월 여름 성수기와 겹치면서 300만 상자(한 상자당 10L 기준) 이상 판매, 누적 판매 2억 병을 돌파했다.

유니클로가 주춤한 사이 탑텐·스파오 등 국내 토종 SPA 브랜드 등 의류업체들은 쾌재를 불렀다. 유니클로 대표 발열내의 ‘히트텍’·냉감내의 ‘에어리즘’의 대체제로서 인기를 누린 것. 이에 지난해 34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탑텐은 코로나19 여파에도 올해 목표 매출로 4500억 원(성인 3400억 원·키즈1100억 원)을 설정했다. 이랜드월드의 스파오도 지난해 매출 3200억 원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된 데 이어 올해도 3500억 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년이 지나도 여전한 일본 불매 운동에 국내 식품업계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지 않으려고 일본산 원료를 국산으로 대거 교체하기 분주하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 브랜드 ‘햇반’에 사용되던 일본산 미강 추출물(0.1%)을 올해 1월을 기점으로 전면 국산화 작업에 돌입했다. 잡곡밥·흰밥 등 전체 물량의 20%에 적용했다. 차례로 물량을 늘려 연내 100% 국산화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오뚜기 역시 즉석밥 ‘오뚜기밥’의 5%를 차지하던 일본산 용기 사용을 중단하고 국산으로 대체했다. 일본 향신료 의존도가 높은 제과업계와 유업계도 대체제 찾기에 나섰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지난 7월 초 일본의 수출규제로 시작된 이번 불매운동은 일회성이 아닌 습관적 불매, 거부 태도로 안착됐다고 볼 수 있다”며 “한일 관계가 정상화돼도 회복을 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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