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라오어2, PC·교조주의보다 문제는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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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라오어2, PC·교조주의보다 문제는 ‘태도’가 아닐까
  • 박효길 기자
  • 승인 2020.07.20 10: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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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박효길 기자
박효길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박효길 기자] 전문가들의 평가는 게임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그러나 몇몇 전문가로 이뤄진 해외웹진의 평가는 한계가 있고 때로는 대중의 정서와 동떨어질 때도 있다. 출시 며칠 전 공개된 이 게임에 대한 해외웹진의 평가는 잇따른 만점 리뷰에 칭찬일색이었지만 출시 후 유저들의 평가는 참담했다.

최근 플레이스테이션4로 출시된 ‘라스트 오브 어스 2’를 두고 게임업계에 ‘정치적 올바름(PC)’, ‘교조주의’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는 모양새다.

지금부터 이 게임에 대해 강력한 스토리 누설이 포함됐기 때문에 원치 않는 독자는 읽지 않기를 권한다.

전작을 포함해 이 게임은 포자로 된 원인 모를 바이러스로 전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는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미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작에서 조엘은 바이러스 내성을 가진 엘리를 통해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파이어플라이를 찾아 나선다. 갖은 고생 끝에 파이어플라이를 찾아냈지만 연구진은 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엘리를 살리기 어렵다고 한다. 이에 조엘은 엘리를 살리기 위해 파이어플라이를 학살하고 엘리를 구출해 도망친다. 이후 도망친 조엘과 엘리가 무사히 안전한 도시로 정착한다는 이야기로 게임은 끝난다.

그러나 이번 편에서는 조엘의 파이어플라이 학살 만행에서 살아남은 인물 ‘애비’에 의해 조엘이 무참히 살해당한다. 이에 엘리가 애비에 대해 복수를 벌인다.

이때 주인공이 엘리에서 갑자기 애비로 시점이 바뀐다. 플레이어는 엘리에게 감정이입을 한 상태에서 원수인 애비로 옮겨지면서 황당스러운 상황에 놓인다. 플레이어는 조엘에게 살해 당한 애비의 아버지에 대한 회상 씬 등을 플레이하게 된다. 게임은 이를 통해 애비가 조엘에게 왜 그토록 분노했는지 보여준다. 이때 플레이어에게 억지로 주입하는 과정에서 반감이 일어난다. 애비는 엘리와 전투 끝에 승리하지만 엘리를 그냥 돌려보낸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엘리는 애비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다. 다시 복수에 나서는 엘리는 갖은 고생 끝에 애비를 찾아내 격투를 벌여 승리한다. 그러나 애비를 돌려보낸다. 엘리는 집으로 돌아가지만 가족이 이미 떠난 상태다.

제작진은 ‘복수의 허무함’에 대한 교조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제작진은 복수의 성공을 통한 카타르시스보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파괴된 일상이라는 결말을 보여준다. 고생스럽게 플레이한 유저로서 맥이 빠지는 결말이다. 게다가 유저가 이런 결말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화가 날 수 있다.

그리고 더 심한 것은 제작진의 반응이다. 제작진은 SNS를 통해 유저들의 불만에도 400만장이 팔렸다느니 등 안하무인적인 말을 쏟아냈다. 왜 유저의 불만에 대해 경청하고 설명하고 설득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2013년 소니의 걸출한 역작 ‘라스트 오브 어스’가 후속작에서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참 안타깝다.

담당업무 : 게임, 인터넷, IT서비스 등
좌우명 : 꼰대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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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2020-07-20 11:37:24
PC충은 가르치려들고, 자신의 도덕적 우위를 증명하기위해 발학하기 때문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거부감을 들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