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메이데이? 알바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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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메이데이? 알바데이!
  • 이선율 기자
  • 승인 2013.05.01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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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율 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여러 가지 재기발랄한 이벤트를 통해 ‘최저시급 1만원’을 주장하고 있는 알바연대가 올해 5월 1일 ‘노동자의 날’을 ‘제1회 알바데이’로 선포했다. “알바도 노동자다”라는 당연한 말이 아직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알바연대 활동가 4명은 지난 25일 우리나라의 매년 최저임금을 정하는 협상주체 중 하나인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행사장에 찾아가 이희범 경총 회장 면담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긴급 연행됐다.

시위로 30분정도 지연돼 열린 이날 포럼에서 이 회장이 “정치권이 기업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법제도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보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이야기를 면전에서 들었다면 경기를 일으키지 않았을까하는 노파심도 생긴다.

사실 이 회장의 반응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알바연대 관련 취재를 시작한 후 주변 친구들에게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해 물어보면 의외로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임금 올려주는 것이 싫다는 것이 아니라 실현 불가능한 일에 괜한 기대를 걸었다가 마음 상하기 싫다는 방어본능이 발동하는 것이다. 현실세계에서는 법정 최저임금(2013년 시간당 4860원)을 제대로 지켜주는 곳 자체가 별로 없는데다 그나마 그런 일자리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이다.

더욱이 ‘삶의 질’에 대한 책임 대부분을 개개인에게 오롯이 지우는 이 나라에서 ‘나’가 아닌 ‘모든 노동자’의 최저시급을 올리는데 에너지를 쏟기보다 스펙 하나라도 더 쌓는데 시간과 노력을 쓰는 것이 현명한 처세인 것도 사실이다.

주변의 시선이 어떻든 알바연대는 ‘최저임금 1만원’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이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 전반의 불안정한 노동환경까지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활동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메이데이’의 유래는 1886년 5월1일 미국에서 시작된 총파업이다.

당시까지 “노동자도 사람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구호는 불순한 것이었다. “알바도 노동자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시급을 보장하라”는 구호가 지금 불순해 보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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