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배당까지 간섭하는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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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배당까지 간섭하는 금융위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0.07.15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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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중간배당 실시 여부에 고심
당국 배당 자제 압박에 ‘관치금융’ 지적

[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해 시중은행들의 배당 자제를 권한 가운데 하나금융그룹이 중간배당 실시 여부에 고심하고 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 열린 ‘인공지능 기반 자동차보험 보상서비스’ 시연회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은행이 자본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이 배당을 조심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미국, 영국, 유럽 금융당국이 올해 금융사의 실물지원 역할이 중요한 만큼 배당 자제를 권고했다는 점을 들며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단 최근 당국의 중간배당 자제를 권고 받은 하나금융그룹에 대해서는 “하나금융이 판단할 일”이라고 답했다.

지난 4월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에 배당과 자사주 매입 자제를 당부한 바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달 금융리스크대응반 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에서도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자사주 매입금지, 배당금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국내 은행들은 통상 1년에 한 번 3월 정기주주총회에 맞춰 배당을 실시한다. 하지만 하나금융그룹이 유일하게 2005년부터 배당금액을 나눠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주주명부를 폐쇄해 시장에서 중간배당을 사전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주주명부 폐쇄가 중간배당 실시를 위해 필요한 작업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2분기 실적발표 시기 전후로 이사회에서 배당 실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당국이 배당에 관여하는 것이 자칫 ‘관치금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충당금 확충 등 대응 여력을 갖추라는 의도지만 상장사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에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는) 코로나19 상황이 아직 종식되지 않았으니 체력을 비축하라는 의미”라며 “이사회에서 이를 포함한 모든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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