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업계 ‘시끌시끌’…수익성 떨어지자 기업 간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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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업계 ‘시끌시끌’…수익성 떨어지자 기업 간 갈등 심화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7.14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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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체 방송광고매출 전년 대비 7% 감소…IPTV 제외한 사업자 실적 일제히 하락
딜라이브 vs CJ ENM,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SK브로드밴드 vs 넷플릭스, 망 이용료 분쟁
CJ ENM과 딜라이브의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각 사 제공
CJ ENM과 딜라이브의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각 사 제공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유료방송사업의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기업 간 분쟁이 늘어가고 있다. 유료방송 중 인터넷(IP)TV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마저도 글로벌 뉴미디어 기업들의 국내 진출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14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프로그램 사용료와 망 이용료 등 기업별 손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을 두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유료방송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섰고, 구글(유튜브)·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국내 진출로 위기감이 고조된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유료방송사 관계자는 “현재 IPTV를 제외하곤 유료방송업계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 간 합병이 많아진 것도 이 때문”이라며 “콘텐츠 제작 업체와 유통 업체 갈등의 근본적 원인도 유료방송사들의 수익성하락에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 자료를 보면, 국내 전체 방송광고 매출은 3조9억원으로 전년보다 7% 감소했다. 지상파·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종합유선방송(SO)·위성방송 등 대부분 업종의 매출이 일제히 줄어든 탓이다.

IPTV의 매출은 유료방송사업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케이블SO가 IPTV 사업자에 흡수되고 있는 원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OTT 기업들의 진출로 고객 감소가 불가피하게 되면서, 한동안 기댈 수 있는 곳은 IPTV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렸다.

올해 초부터 LG유플러스(IPTV)의 CJ헬로 인수, SK브로드밴드(IPTV)의 티브로드(케이블) 합병 등 유료방송업계의 지각변동이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딜라이브·CMB·현대HCN의 매각도 공식화됐다. 현대HCN의 본입찰은 15일 이뤄지는데, SK텔레콤과 KT가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인수합병(M&A)이 장기적 ‘살길 찾기’라면 단기적 수익을 위한 갈등도 첨예하다. CJ ENM과 딜라이브의 프로그램 사용료 분쟁이 대표적이다. CJ ENM이 지난 5년간 동결했던 프로그램 사용료 20% 인상을 요청하며 대립이 점화됐다. 딜라이브는 오쇼핑의 미지급 송출수수료 해결을 들며 맞불을 놨다. 딜라이브는 PP에 지불하고 있는 사용료 전체의 25%를 CJ ENM에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인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CJ ENM은 이에 ‘블랙아웃(송출중단)’을 거론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사용료 인상이 해결되지 않으면 17일부터 tvN, OCN 등을 포함한 자사 계열 13개 채널 송출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재로 블랙아웃 사태는 막았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 논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SK브로드밴드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인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 분쟁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온라인 기반의 국내 대다수의 기업이 내는 망 이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와 법적 다툼을 벌이면서까지 이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IPTV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ISP)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모기업은 SK텔레콤이다. LG유플러스 IPTV와 넷플릭스의 독점 제휴 계약이 11월 끝나는데, 이 때문에 이통3사의 입장이 선명하게 갈리는 양상이다. ISP를 생각한다면 넷플릭스에 망 이용료를 적극 주장해야 되지만, 수익성 감소가 우려되는 IPTV 사업 때문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넷플릭스가 IPTV 제휴 계약을 빌미로 망 이용료 지급에 관한 주장을 펼칠 수 없도록 ‘입막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IPTV 사업에서 현재의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넷플릭스와 제휴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하는 기업이 많다”며 “신규고객 확보보단,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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